1991년 대 히트를 친 김수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는‘대발이 아버지’가 나온다. 대발이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잔소리를 늘어 놓고 시시콜콜 참견하며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는, 전형적인 가부장제 속 아버지이다. 목소리가 커도 너무 큰 아버지이지만 감히 이 아버지를 제동 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편에게 늘 면박을 당하는 그래서 주눅들어 살고 있는 대발이 엄마는 김국환의 노래 ‘타타타’를 듣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며 신세를 한탄한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중략)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벌은 건졌잖소’가 구성지게 나오면 시청자들은 공감반 재미반으로 방송에 몰입한다. 시청률이 60%에 육박하던 프로이니 ‘대발이 아버지’는 한동안 사회 곳곳에서 회자되며 영향을 미쳤을거라고 쉽게 짐작해 볼수 있다.

우리 사회에 차고 넘쳤던 의기양양한 대발이 아버지가 불과 20여년 사이에 자취를 감췄다. 여성이 화두라는 21세기가 도래하자 남성의 위치가 눈에 띄게 평가절하되고 있음은 물론 실제로도 여기저기서 남성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는 것이다. 총리와 대통령이 여성인 나라도 적지 않다. 2009년부터 국내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 남학생의 대학진학률을 추월했다. 국내입양의 경우도 여아가 65% 선호되고 남아선호는 35%에 불과하다. 여성이 남성을 이미 추월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여론의 주목을 받는 책 해나 로진의 ‘남성의 종말’은 여성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가 어떤 것인지 인지하고 그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하여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데 비하여 남자들은 변화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없어 여자한테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남성의 쇠락을 보다 못한 한 여성단체가 최근 ‘남편&아버지 기 살리기 클럽’ 창립 총회를 열었다. 어떤 식으로 남자들의 기를 살릴 것인지 주목된다. 부부상담 전문가 심리학자 존 고트먼 박사의 ‘마법의 비율(Magic Ratio) 5:1’은 어떨까? 부정적 메시지 하나를 전할 때마다 적어도 다섯개 이상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법칙 말이다. 아들 가진 이 땅의 엄마들이 마음 속으로 이 협회를 간절히 응원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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