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호

뉴미디어부장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전국 일간지가 지난 12일자로 전국 면을 없앴다. 이 신문은 전국 면을 없애고 사회면으로 통합한다는 사고에서 ‘서울·지방 구분없이 뉴스가치에 따라 구성’, ‘뉴스에서 서울과 지방, 중앙과 지역의 경계가 사라졌다’고 했다. 이 신문사의 이날 사고는 언론종사자들은 물론 다양한 계층의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서울중심 전국지들의 앞으로 새로운 개척시장의 주무대가 ‘지역’이 될 것임을 상징하는 동시에 강원도는 물론 전국 지역 신문의 향후 경영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일주일이 지난 현재로서는 강원도 관련 기사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뉴스가치가 있다면 지방 기사도 전면에 배치하겠다는 해당 신문사의 사고 내용이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지방 면을 없앤 전국지가 그렇다고 지역의 광고·판매시장을 포기한 것일까 하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사고를 보면서 전국지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경영난 타개책의 일환으로 ‘지역’이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지나친 우려일까.해당 신문사는 몇 년 전부터 강원도청과 각 시·군을 대상으로 한 섹션 판 기획광고를 제작, 다른 전국지들보다 앞서 공세적으로 지방 광고시장을 선점해 왔고 지금도 그렇다.

이 번의 지면개편을 예의주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뉴스 생태계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 신문이 갈수록 움츠러들고 있는 지역경제 속에서 이젠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전국지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물론 이 같은 경쟁이 순기능을 한다면 독자들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전국지의 이번 지면개편이 그동안 변방으로 여겨온 지방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전환, 이를 지면에 반영하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평가하긴 힘들다.

지금까지 고수해 왔던 ‘서울중심, 수도권중심’ 뉴스 비중을 줄이고 ‘지방분권의 가치’를 실현하는 기사들을 전면에 내세울 리는 없어 보인다. 지역밀착형 기사를 발굴하고, 지자체를 감시하고 지방의회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해 지역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지역신문보다 충실하게 해낼 것으로 기대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오히려 지역 뉴스를 사회면으로 전진 배치한다면 여전히 지방은 서울사람들이 찾는 행사만 열고, 아니면 서울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건이 발생해 치안이 상대적으로 불안한 곳이라는 기사가 줄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더 든다.

지역신문이 사라지면 지역사회도 죽는다. 지역신문의 윤전기가 멈추면 지역사회 내부의 결속과 협력도 약화된다는 사실을 일련의 연구 결과가 시사한다. 지역 일간지가 사라지면 실제로 투표율이 떨어지고 선거 출마자도 줄어들며 권력 교체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 포틀랜드주립대 언론학 교수인 리 셰이커는 콜로라도주 댄버와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지역 일간지가 발행을 중단하기 전과 후를 미 통계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지역의 일간지가 2개에서 1개로 줄자 시민운동 등 특정한 공적 행위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셰이커 교수는 분석했다. ‘신문의 볼모지’가 된 곳에서는 주민들이 지역 사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셰이커 교수는 이 연구에서 지역신문의 존재는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공공재라며 “우리가 신문을 읽지 않는다고 해도, 기자들이 거리를 누비며 관리들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지역사회를 살아나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이 코앞이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이번 선거에서 지방의 가치를 헌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지방분권의 실현은 물론 동서고속전철 등 강원도 현안을 이슈화하고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누가 하고 있는 지 바로 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