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탐험가가 밀림을 뚫고 목적지를 향해 가면서 짐을 운반해 줄 원주민 세 사람을 고용했다. 쉼 없이 목표를 향해 정진하던 짐꾼 원주민들은 사흘째 되던 날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탐험가는 온갖 회유로 갈길을 재촉했지만 그들은 요지부동이었다. 탐험가는 그들이 꼼짝 않는 이유가 궁금해 물었다. 그러자 그들 중 한 사람이 ‘우리는 이곳까지 휴식 없이 너무 빨리 와서 우리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주지 못했어요. 영혼이랑 함께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라고 답했다. 법정스님의 법문집에 나오는 이야기로 문명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원주민들의 생각이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들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영혼은 인간의 육체적 물질적인 특징과는 대조되는 정신적 특징, 즉 마음을 일컫는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사람의 ‘곧은 심성’쯤 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정신이 육체의 내달림을 못 쫓아가기에 기다려야 한다는 이 말은 결과 얻기에만 급급해 영혼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 우리들을 돌아보게 한다. ‘개념 있는 바른 삶’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메시지인 것이다.

궁불실의(窮不失義)는 아무리 궁해도 정의를 잃지 말라는 뜻이고 달불이도(達不離道)는 아무리 달통했다 하더라도 도에 벗어나지 말라는 맹자의 말이다. 공자도 진실과 신의를 지키고 정의를 향하여 나아가는 것이 덕 즉 인간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한다. 영혼이 깃든 삶은 이들의 주장처럼 정의와 신의를 지키고 정도를 실천하는 삶일 것이라 짐작해 본다. 세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바꾸기 위해 개념있게 살다간 인권변호사 고 조용래씨의 일생을 그린 책 ‘조용래 평전’에는 ‘조용래가 가는 곳만 따라 다니면 그곳에 진실이 있고 정의가 있고 승리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법은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공적 수단이니 이런 갈등의 책임을 지고 있는 법조인은 어떻게 살아야 향기로운 족적을 남길 수 있는지 그는 증명해 보여준다. 최근 뇌물비리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의 이야기로 시끄럽다. 곧은 심성이 곁들여지지 않은 지성은 얼마나 추악하고 천박한 것인지 그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똑같은 직업이지만 영혼이 함께하고 아니고의 차이는 하늘과 땅, 그 차이보다도 큰 것 같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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