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주

국립춘천박물관장

국립춘천박물관은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아 오는 12월 9일까지 ‘강원의 위대한 문화유산’ 기획특별전을 열고 있다. 강원지역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구석기 시대인 10만 년 전부터이다. 이는 횡성군 둔내면 주천강 상류지역과 홍천 하화계리, 북한강 상류인 양구 상무룡리에서 대규모 구석기 유적이 발굴됨으로써 확인됐다. 이처럼 일찍부터 살기 좋은 이곳 강원지역에는 사람들의 삶이 면면히 이어져 왔으며, 시대의 부침을 거듭하는 가운데 정신적, 문화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국립춘천박물관은 지난 10년 동안 강원도가 간직하고 있는 10만년 동안의 기억을 되살려내고, 강원의 문화유산을 열정적으로 탐구하여 강원도의 미래와 새로운 문화를 조망하려 노력해왔다. 이번 전시는 특히 각 지정문화재의 역사 배경을 충실히 소개하여 강원 문화의 숨겨진 가치를 널리 알리고, 한국 문화 속에서 강원 문화가 갖는 가치를 발견하여 새로운 미래의 좌표를 세우는 데 보탬이 되고자 기획하였다. ‘강원의 위대한 문화유산’ 전시에는 강원도의 불교문화를 비롯하여 강원도와 왕실, 강원도와 기록문화, 강원도의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이는 향후 강원의 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심화하는 토대를 제공할 것이다.

이번 전시 출품작은 국보 124호 한송사보살상을 비롯하여 국보 2점, 보물 9점, 중요민속자료 1점 등 강원도를 대표하는 유물들로 구성되었다. 특히 ‘전 신사임당 자수초충도병풍’과 ‘헌종국장도감의궤’(오대산사고본)는 강원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중요한 유물이다. 전시 유물 가운데 5만원권 지폐의 디자인 원본이 되었던 보물 595호 ‘전 신사임당 자수초충도병풍’을 직접 만나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신사임당(1504~1551)은 조선 중기의 예술가이자 대학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단연 우리 역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이다. 이번에 전시된 ‘자수초충도병풍’은 작가와 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자수병풍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양구 방산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금강산 월출봉 출토 이성계발원사리구는 국보 131호 이성계태조호적 원본과 함께 전시되어 이성계와 강원 지역과의 관련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양양 낙산사 해수관음공중사리탑 안에서 출토된 사리장엄구(보물1732호) 또한 최초로 일반에 공개되었다. 이외에 숙종의 외할아버지인 김우명이 사망하자, 왕실에서 내려준 청풍부원군 김우명 상여(중요민속자료 120호)가 보존처리와 복원 과정을 거쳐 그 전체를 공개함으로써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앞으로도 국립춘천박물관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무한한 콘텐츠와 영감을 제공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삶의 지혜를 찾는 알찬 공간이 될 것이다. 다시 찾고 싶은 박물관,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박물관,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누구나 찾는 문화적 명소로 이곳을 가꾸고 싶다.

세계 박물관의 정책 추세는 전시에서 교육, 교육에서 다시 휴식의 장소로 옮겨가고 있다. 전시와 교육은 이제 박물관의 기본이고 휴식과 충전, 감성을 자극하는 박물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강원은 지역 특성으로 인해 이러한 추세에 부응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좋은 편이다.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강원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강원도내 박물관과 문화예술단체는 역량과 열정을 집중하여 강원도가 우리 문화를 지구촌에 널리 소개하는 핵심적인 창구가 될 수 있도록 도민들의 응원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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