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열

영동본부 취재국장

강릉 날씨 치고는 꽤 춥다고 느껴지던 날, 지역현안 간담회가 열렸다. 움츠러들게 하는 날씨로 인해 간담회 말미에 자연스레 화제가 날씨로 옮겨갔는데, 최명희 강릉시장이 불쑥 ‘대관령 기상예보’에 대해 유감을 토해냈다.

최 시장은 “겨울 한파 예보시에서는 꼭 ‘대관령’이 영하 몇도 하는 식으로 혹한의 상징처럼 예보가 되는데 그것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역 여건을 잘 모르는 외지인들 가운데는 ‘대관령=강릉’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관령이 가령 영하 17도라고 혹한 예보가 되면, 강릉 날씨도 대관령과 같은 것으로 오해해 관광경기에 악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요지였다.

최 시장은 “이런 상황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기상 당국에 한파 예보시 대관령을 언급하는 것을 가급적 자제해 달라고 읍소하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걱정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지역 내 관광업계를 상대로 취재를 했더니 우려가 현실이 돼 돌아왔다. 한 대형 숙박업소 관계자는 “수도권 등지의 외지인들 가운데는 중부지방이나 대관령 날씨를 위도상 동일선상의 강릉과 같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내륙 중부지방에 폭설이 예보되거나 대관령에 한파 특보가 예보되면, 숙박 예약이 취소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전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곳에서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뿌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대관령 날씨가 강릉과 얼마나 다른지, 영동권이나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너무나 잘 안다. 대관령이 한파에 휩싸여도 강릉은 영상의 따뜻한 기온을 유지하는 때가 허다하고, 대관령에 눈·비가 내려도 강릉 평지나 해안은 햇볕이 쨍쨍 쏟아지는 날도 적지 않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관령과 강릉이 10도 이상의 기온차를 보인 날이 무려 56일에 달했다. 그러나 우리가 타 지역의 날씨나 지리적 여건을 잘 모르듯이 그네들도 타지인 대관령과 강릉의 기상 여건을 잘 모른다는 점에서 부지불식간에 우리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오해가 싹터 외지인들의 인식의 틀 속에 떡 하니 똬리를 틀고 있었던 셈이다.

강릉에 대한 오해는 또 있다. 고속도로 지·정체 교통상황을 전할 때 ‘강릉 방면’ 고속도로가 막힌다는 얘기를 듣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막히는 곳은 강릉에서 400여리나 떨어진 경기도 여주나 용인 지역의 일부 구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동고속도로 종점이 강릉이다 보니 ‘강릉 방면’으로 소개가 되겠지만, 외지인들이 “어, 강릉이 막혀. 그럼 다른 곳으로 가야겠네” 하는 생각을 한다면, 참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오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외지인들이 강릉 사투리를 흉내낼때 ‘00하드래요’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강릉 사투리를 왜곡하고 있는 오해 사례다. 강릉 사투리에 ‘00래요’라는 표현은 많아도, ‘드’자를 넣는 표현은 없기에 잘못된 표현을 들을 때마다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최근에는 동계올림픽과 관련해서도 오해 가능성이 지역인사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공식 명칭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보니 강릉에서 빙상 전종목의 경기가 열리게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처럼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릉시가 “동계올림픽 빙상 경기는 강릉에서 열린다”는 것을 따로 홍보하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자, 이제는 오해하지 마시라. 대관령에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쳐도 강릉은 따뜻하고, ‘강릉 방면’이 막혀도 강릉 오는 길은 뻥뻥 뚫려 있다. 그런데, 그것을 영동권에 사는 우리만 알아서는 안되기에 알리고, 오해를 푸는 것도 결국은 우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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