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호필

도 대변인실 뉴미디어팀장·시인

30년 지기 셋이서 점심밥 먹고 산책을 나갔다가 세월의 무상함에 대해, 인정의 변화와 그 쓸쓸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반주로 곁들인 소주 한 병과 1956년 이후 최고로 추운 12월이란 신문기사 탓도 없지 않았을 테고, 눈 내린 강변의 풍경도 한몫했으리라. 하지만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무상과 변화와 그로 인한 쓸쓸함은 어쩔 도리가 없다. 아이들이 컴퓨터게임과 스마트폰에 빠져 자치기나 연날리기, 숨바꼭질 따위의 놀이문화를 잊어가는 것 정도는 넘어가자. 문화와 정서는 바뀌는 게 당연지사니까. 하지만 우리는 말을 잃어가고 대화가 짧아지는 관계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하철을 타보면 십중팔구는 게임을 하거나 TV와 같은 영상물을 보면서 핸드폰에 빠져있다. 이런 일은 가정에서도 다반사, 식탁에서도 밥 한 술 뜨고 스마트폰 한 번 만지고 식이다. 언제부터 우리의 식탁과 일상이 이렇게 건조해졌단 말인가.

나는 그 이유를 스마트폰에서 찾지 않는다. 문제는 어른들, 그 중에서도 정치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꼭 입으로만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블로그든 트위터든 오히려 소통은 더 빨라지고 다양해졌다. 문제는 방식과 형태가 아니라 진정성과 신뢰의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요즘의 가장 큰 이슈는 누가 뭐래도 대선이다.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건전한 대화와 토론은 사라지고 날선 공격과 비난만 오간다. 뿐만 아니라 유권자인 우리들은 진영논리에 빠져 상대의 말과 주장이 아무리 올바르다 해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매우 위험한 관계에 이르렀다. 나의 생각이 정치적 무관심을 낳는 정치 혐오라고 일반화시켜도 대꾸할 거리가 별로 없는 걸 안다. 하지만 그만큼 정치가 중요하기에 나는 정치 영역에서 대화와 토론이 활성화되고, 그런 문화가 회사로 가정으로 전이되고 발전되는, 그런 선순환 구조를 원하기 때문에 정치혐오라는 오해를 받는다 해도 억울해하지 않겠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아직도 아날로그 휴대폰을 쓰는 친구에게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말라고. 대신 아이패드 같은 휴대용 스마트 기기를 사라고 권했다. 늦둥이 딸하고 재미있게 놀려면 그게 꼭 필요하다고. 이번 주말이 기대된다. 방학을 맞은 둘째 아이가 기숙사에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터넷으로만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밤늦도록 같이 수다 좀 떨고 싶어서다.

직원이나 자식들이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거나 분위기가 조용해지면 일단 상사와 부모의 태도를 의심해봐야 한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사진 하나가 떠오른다. 중국집으로 기억하는데 간판 아래 입구에 ‘고객이 짜다면 짠 거다’라는 현수막을 걸어놓은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집에 말이 없으면 어른, 당신이 잘못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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