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관목

산림우체국장

어느새 또 한해가 기우는 12월이다. 누구나 새해를 맞이해서는 설렘과 기대감속에 힘찬 출발을 해보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면 새해의 각오는 서서히 퇴색되고 정신없이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러다가도 문득 12월의 달력 앞에서는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 보게 된다.

아쉬움 속에서 한해를 보내고 기대감속에서 한해를 맞이하고 매년 되풀이되는 자연의 순리지만 오십 중반의 나이에는 남다른 의미를 주는가 보다.

한 장도 남지 않은 달력을 바라보며 12월의 나만의 편지를 쓰고픈 이유는 무엇일까. 계획했던 것에 비해 실망이 크기 때문일까 아니면 땀 흘린 만큼 보람을 맛봐서일까. 이유는 어떻든 한해가 가기 전에 각자 자신의 편지를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해를 뒤돌아보면 시골우체국에서는 힘든 만큼 보람을 느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정월 대보름 계약택배로 수천 건의 오곡밥세트를 발송한 것은 잊을 수가 없다.

눈발이 날리는 혹한 속에서 곱은 손을 호호 불며 택배발송 작업을 마치고 막걸리 한잔의 꿀맛은 잊을 수가 없다.

한여름에는 나물이며 옥수수 감자 각종 농산물을 택배로 발송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던 기억도 새롭게 다가온다.

농민들의 판로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자부심, 순수한 농촌 주민들과 웃고 울며 함께 했던 순간들도 잊을 수 없으며 직접 농사를 지은 것이라며 우체국에 가져다주신 투박한 손길에서 마르지 않는 잔잔한 정을 우체국 직원이 아니라면 아마 맛보지 못하리라.

추석을 앞두고는 우체국 쇼핑을 접수하고 배달하면서 훈훈한 정을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힘든 것 만큼 보람도 컸다.

인터넷 시대의 도래로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면서 우체국 스마트뱅킹을 접수하며 방법들을 알려줄 때 편리성을 알고 좋아 하시는 시골 주민들을 보면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 또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요즘은 각종 정보매체 발달로 편지쓰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핸드폰 사용으로 문자나 카톡의 세상이 되었다. 편지는 정이 서려있고 마음을 전할 수 있고 감동을 줄 수 있어 좋다.

연말이면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사람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고 싶어 한다. 이제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우편연하장으로 사랑하는 아내에게 귀여운 자녀에게 부모님께 감사와 정감어린 글로 올겨울을 따뜻하게 물들여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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