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져눕지 못하는 겨울나무 빈 칸에

햇살이 바늘밥처럼 쏟아져 내린다

급격히 물구나무 선 겨울잠이 위태롭다

마디마디가 막대그래프인 나뭇가지가

빠르게 하향곡선을 그리며

빙판 위에 하늘을 흩뿌려놓고

만화경을 펼친다

미나리처럼 꿈은 돋아나지만

칼바람이 훑고 지나가면 그뿐,

나를 꽁꽁 닫아걸고 떠나간 넌

서릿발로 유리창을 두드린다

지치고 막막한 손바닥으로

유리창에 헝클어진 너의 잔영을 지우면

너는 물시계 되어 뚝뚝 내게 시간을 허락한다.

얼어붙는 것만큼 뜨거운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결빙의 힘에 나를 내어주고



최일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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