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일이다. 옛날 같으면 누구 찍을거냐고 물으면 별 거리낌없이 대답들을 주고받았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자신이 누구를 투표할 것인지 사람들은 쉽게 오픈하지 않는다. 부재자 투표를 한 어떤 분은 선거를 하고 나와서 이렇게 상큼하지 않은 기분은 처음이라며 저 사람만은 아닌 것 같아 차선책으로 투표를 했으니 오죽했겠냐고 부언한다. 후보자 개인만을 보면 괜찮을 수 있는데 유권자 눈에는 그것만 보이지 않기에 하는 소리라고 이해된다. 무엇보다 두 전직 대통령을 등에 업고 출마한 양 후보이니, 전 대통령들의 과오와 실정을 뻔히 알고 있는 유권자 입장에서 탐탁지 않은 생각이 조금 드는 것은 마땅하다. 당선자는 이 정서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잘 할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받은 표도 있지만 다른 후보가 싫어서 궁여지책으로 선택된 표도 있다는 이 ‘불편한 진실’을 말이다. 하긴 ‘불편함은 안일하게 하지 않아 정신을 깨어 있게 하므로 군자는 편안하지 않다는 의미의 무일(無逸)에 처해야 한다’고 신영복 교수는 ‘강의’라는 저서에서 말한다.

여느 선거보다 정파 간 대립과 다툼이 치열했던 총력전이었다. 쓸 수 있는 인원은 모두 동원해 이상한 조합의 지지 선언도 이어졌다. 리더십은 특권이자 책임이라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듣는 우리가 불안한 선심성 공약도 끝이 없었다. 연일 언론이 오차 범위 내의 박빙을 예상하니 날이 갈수록 접전이 심해짐은 당연한 일이고 되고보자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만연함은 정해진 순서였다. 싸움이 치열했으니 이긴 사람의 기쁨은 클 것이고 패배 후보자 측의 아쉬움과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새 당선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치유와 국민 대통합인 것이 분명한 이유이다.

아프리카 말 ‘우분투’는 ‘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취임 초에는 소통을 강조하고 섬김리더십을 실천하겠다던 과거의 대통령들이 그 의지를 실행하지 못했던 이유가 아마도 ‘우분투’ 정신의 결여에 있을지 모른다. 당선자에게 사심 없는 축하 보내고, 당선자는 상대편 후보자 캠프에 진심으로 ‘우분투’ 마음을 전하고, 이것이 선거 후 대통합의 기분 좋은 첫걸음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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