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렇게 한해를 보내는구나하며 왔던 길을 되돌아보는 성찰이 깊어지는 12월, 그 12월의 마지막 주이다. 승자는 시간을 관리하며 살고 패자는 시간에 이끌려 산다고 했는데 덧없이 지나가는 세월 앞에서는 그저 패자인 것 같은 우리들이다. 잘살고 못살고를 떠나서 빛의 속도로 지나가는 세월을 이겨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기에 드는 허한 생각이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반성과 회한 때문에 가져보는 상념이라 자위해 보지만 요맘때 적당히 쓸쓸하기는 늘 마찬가지이다. ‘슬픔이 그대의 삶에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의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라고(중략)’ 랜터 윌슨 스미스의 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의 한 귀절이다. 인생사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인데 그게 참 쉽지 않아 문제이다.

민주주의는 깨끗한 승복에서 비롯된다. 마땅히 있어야 할 각고의 자기반성은 생략하고 다른 사람탓만 하는 아집은 헛된 집착같아 보여 영 불편하다. 아직도 진행 중인 대선 후유증 이야기이다. 실패를 자산 삼으려면 실패를 진정으로 반성하는, 내려놓는 마음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그 뒤 실패 원인을 분석해 해결책을 찾아야 함을 자각하고 그 자각에 이겨내리리라는 결연한 의지가 보태지면 비로소 실패가 주는 가치로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소련이 1957년 스퓨트니크 우주선을 먼저 쏘아올리자 미국 교육학계에서는 큰 각성이 일었고 그 각성에 토대해 변화한 이공계 교육은 국가학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은 소련의 스퓨트니크에 미국민 모두가 좌절했던 실패를 거울 삼아 1960년대가 가기 전에 달에 사람을 보낼 것을 많은 사람 앞에 천명했고 그 후 우주과학교육에 집중투자했다 그 결과 암스트롱을 1969년 7월 인류 최초로 달에 보내는 쾌거를 만들어냈다. 실패를 성공의 전기로 삼은 집중력의 결실이다

인디언들은 12월을 ‘무소유의 달’이라 칭한다 . 법정스님의 정의대로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욕심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가지게 되는 것을 무소유라한다면, 결국 좋은 마무리를 위해서는 잘 버리는 마음이 필수적인 것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