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신문사가 현대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이 사회에서는 아무도 행복한 사람이 없을 거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정말 행복한 사람이 있다면 연락해 달라고 부언했다. 예상을 깨고 행복하다는 고백의 수많은 전화가 걸려 왔다. 하루 일을 잘 끝낸 행복 아침에 새소리를 듣는 행복 등등 무려 5만여가지 이상으로 수집된 사례는 대부분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오는 소박한 행복들이었다. 행복을 ‘만족하거나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로만 이해하면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가장이 돈벌이를 못할 때 혹은 진로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와 같이 역할수행이 만족스럽지 못했을 때 개인의 행복감은 충만하지 못하다. 행복에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안심해 하거나 또는 희망을 그리는 상태였을 때의 좋은 감정’이라는 또 다른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한 늘 함께할 수밖에 없는 행복의 이성적 속성이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10대부터 60대 국민 5000여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주 발표한 자아행복지수(Self-Happiness Quotient)에 의하면, 우리사회 일상에 만족감을 느끼는 행복한 상태의 국민은 5% 미만이다. 또한 국민 85%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과도한 책임감으로 인해 정작 자신의 행복에는 소홀한 상태이다. 이 보고서는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로 스트레스 지수 장기적인 경제 불황 젊은 세대들의 취업난 등 개개인이 느끼는 ‘사회적 피로도’를 꼽는다.

이 지표를 보면 개인의 행복은 단순히 개인의 감정에 달려 있는 문제만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얼마나 자기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졌고 그 속에서 얼마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느냐가 행복의 또 다른 변수임을 알 수 있다. 전문가는 이를 ‘정서적 안정’이라는 범주로 설명한다. 열심히 사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지만 그 노력으로 행복에 도달하게 해 주는 정서적 안정이라는 시스템 구축은 대부분 사회 지도자 몫이다. 새해를 기원하는 문구에서 빠질 수 없는 단어가 ‘행복’ ‘사랑’ ‘건강’ ‘희망’ ‘기원’ 등이다. 새 당선자가 이 중 키워드 ‘행복’을 국민에게 약속하니 기대되는 올해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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