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만

삼척소방서장

119신고접수 1314건, 화재 5건, 구조 40건, 응급환자구급 123명. 다름 아닌 2012년 한해 강원소방의 하루 평균 주요 소방활동 내용이다. 게다가 하루 대 여섯 건의 이동전화 위치조회와 수색활동은 물론 각종 생활안전 서비스와 응급의료정보제공 등 업무범위는 더욱 다양하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점점 증가하고 있는 119소방활동으로 인해 바빠지는 일과보다 더욱 중요하고 놓쳐서는 안 될 문제는 바로 서비스의 품질이다.

과거 119를 찾는 응급환자를 가까운 병원에 신속하게 이송하는 것만으로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신속하게 현장에 출동하여 환자상태를 평가하고 기본적인 응급처치와 119종합상황실에 상주하는 전문의사로부터 의료지도를 받아 증세악화를 막는 한편 필요한 환자보호조치와 아울러 응급실 병상이나 전문의 확보여부 등 병원정보를 확인하여 병원 도착 즉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하고 있다.

화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119신고자의 위치정보가 즉시 확인되고 화재발생 장소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소방관서로 1,2차 출동대가 자동으로 편성되어 화재현장에 출동하게 된다. 과거의 소방서 단위의 지역관할 개념이 아닌 광역출동 시스템이다. 이처럼 모든 119서비스는 고도화되고 전문화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야 말로 한 사람의 생명도 더 구하고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소방차나 구급차가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가야 한다면 소방 활동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모든 소방 활동현장은 촌각을 다투는 긴급하고 위험한 상황이다. 얼마만큼 빠른 시간에 소방인력과 장비가 현장에 도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모 방송국에서 종영한 인기드라마 골든타임처럼 소방차량 출동시에도 골든타임 5분을 적용하여 각종 현장에 신속히 도착, 소중한 인명을 구하고 초기 신속한 상황대처를 통하여 대형재난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신속히 출동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소방차나 구급차의 신속한 출동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원인 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무분별한 주·정차다.

화재출동이 특히 많은 겨울철이다. 겨울철에는 화재출동이 빈번하게 일어나 우리의 생활안전에 큰 위험이 되고 있다. 상시재난인 화재사고를 완벽하게 예방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경주해야만 한다. 따라서 소방서에서는 소방통로 확보를 통한 5분 이내 현장도착 과제를 최역점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하고 5분이 지나면 연소 확산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 그 피해가 가속화 되고 만다. 확산되는 화재를 진압한다고 해도 모두 타버린 잿더미만 남을 뿐이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소방서에서는 국민생명 보호정책의 하나로 소방통로 확보시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소방차가 5분 이내 화재현장에 도착 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늘어나는 자동차, 턱없이 부족한 주차공간, 상가밀집지역이나 주택가 골목, 아파트에 무질서하게 주차된 차들 때문에 소방차량이 들어갈 수조차 없다. 심지어 소방차전용주차공간이라고 선명하게 표시된 곳에도 버젓이 2중 3중으로 주차한다. 또한 출동 중인 소방차나 구급차 앞에서 피해주지 않는 얌체 운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려는 소방의 의지는 확고하다. 소방 출동로 확보 관련 법령 개선과 불법 주정차 단속강화, 주택 및 상가밀집지역에 대대적인 소방통로 확보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시민 개개인의 의식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 주정차 금지 구역에 차량을 주차하는 일이 없어야 하며, 출동 중인 소방차량을 발견하면 곧바로 가장자리에 정지하거나 피양하여 소방차가 먼저 통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나와 이웃의 안전을 위하여 무분별한 주정차나 긴급출동차량 앞에서 피하지 않고 얌체운전을 하는 행위가 반드시 사라지는 성숙한 안전문화가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며 더불어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간곡히 당부하고자 한다. 시민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24시간 안전 지킴이 역할을 다 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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