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남우

문화부장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여가가 우리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 여가학자인 캐나다 캘거리대 로버트 스테빈스 교수는 여가를 ‘일상적 여가’와 ‘프로젝트형 여가’ ‘진지한 여가’로 구분하였다. ‘일상적 여가’란 TV 보기, 낮잠, 아름다운 경치 감상 등 최소한의 경비로 즐길 수 있는 활동이다.

‘프로젝트형 여가’는 일회 또는 일시적인 활동으로 생일파티, 결혼식, 환갑잔치 등이 해당된다.‘진지한 여가’는 여가가 생활의 한 축을 담당하며 특수한 기술·지식·경험을 필요로 한다. 돈과 시간도 적지 않게 투자해야 한다. 이쯤 되면 ‘마니아’수준이다.

한국인들이 여가시간과 여가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조사해 발표한 ‘2012년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국민 대부분은 경기 침체로 인해 여가 비용 지출을 크게 줄이고 외부 활동 대신 TV시청이나 낮잠, 산책으로 여가를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테빈스 교수가 말한 ‘일상적 여가’에 해당된다.

여가시간은 평일 3.3시간으로 2010년 4시간보다 0.7시간, 휴일 여가시간은 7시간에서 5.1시간으로 대폭 줄었다. 월 평균 여가 비용도 2010년 16만8000원에서 2012년에는 12만5000원으로 4만3000원이나 줄었다. 국민이 가장 많이 즐기는 여가활동은 TV시청이 77.8%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산책(31.2%), 낮잠(23.6%), 인터넷 검색·채팅·SNS 활동(23.5%)순이었다.

국민 대부분이 자기 계발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경비가 필요 없는 ‘일상적 여가’를 즐기며 시간을 보낸 셈이다. 특히 문화예술관람 활동은 2006년 5.9%에서 2007년 6.6%, 2008년 8.7%로 증가세를 보이다 2010년 6.0%, 2012년에는 2.9%로 줄었다. 문화예술 참여 활동도 2006년 2.5%에서 2008년 4.2%로 최고점을 나타낸 후 2012년에는 0.5%로 줄었다. 문화예술 관련 시설이나 단체가 열악한 도내의 경우 그 심각성은 더하다.

여가생활이 불만족스러운 이유로는 시간부족이 48.2%, 경제적 부담이 39.8%이었다. 노인층에서는 49~51%가 경제적 부담 때문에 여가를 제대로 못 즐긴다고 말했다.

결국 시간도 없고 경제적 부담으로 여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출근해 열심히 일하다 주말에 시간이 나면 TV를 보거나 낮잠 자는 것이 일상생활인 것이다. 이것이 우리 소시민 삶의 현주소다. 문화부는 올해 여가기본법을 제정하고 청소년, 노인 등 계층별 맞춤형 여가정책을 마련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 국민 여가생활의 질을 한층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계획들이 탁상행정에 그치지 않고 정책에 반영돼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소중한 의견에 귀 기울여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이 꼽은 여가생활 활성화 방안은 ‘소외계층을 위한 여가생활을 지원해야 한다(바우처 제도 등)’가 70.2%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다양한 여가시설을 늘리고 개방해야 한다’(69.9%), ‘질 좋은 여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69.2%) 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문화바우처사업의 도내 집행률은 지난해 예산(14억6500만원) 대비 60.3%에 지나지 않았다. 전국 평균 71.4%에도 못 미치는 전국 최하위다. 더욱이 평창, 철원, 양구군 등은 40%대에 머물렀다. 그나마 도시지역인 춘천, 원주, 강릉시는 70%대를 기록했다. 도시와 농촌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실수요자의 현실을 무시한 제도와 열악한 문화시설, 사회 환경이 원인이다.

경제 양극화만큼이나 여가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새해에는 모든 도민들이 ‘진지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namo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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