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山門)에 흐르는 바람이 달다
바람은 법당 풍경소리에서 인다
너른 도량(道場) 한켠에 서있는 돌부처 한 분
넓데데한 얼굴 벙시레 웃는 모습이
솔봉이 민기아재 빼다 닮았다
멸치잡이 선원이던 민기아재
입꼬리에 늘 웃음 달고
소금기 머금은 땀 냄새 물큰 풍기며
누긋누긋 살던 솔봉이 별명 지닌 아재,
벌이가 낫다는 원양어선 타고
남태평양에 나갔다가
그예 고래가 되어버린 그 넋
대양을 떠돌다 운주사(雲舟寺) 돌부처 되었나……
그렇기도 하리라
외로운 전설이 된 그는
장날이면 중장터에 나가
천리채(穿籬菜) 안주에 반야탕(般若湯) 기울이며
입전수수(入廛垂手) 보살행 베풀리라
자운(紫雲)이 드리우면
휘적휘적 비석거리를 걸어
닭잦추는 소리 들리지 않는 바위밑으로 돌아와
「쪼매 손(損)본듯 하몬 그기 행복인기라」
이승에서 되뇌던 말
화두 잡아 선정삼매에 들리라
채운(彩雲)의 닻 내려진
운주사(雲住寺)에 가면
해탈하여 대자유 얻으신
솔봉이 민기아재 만날 수 있다.
*솔봉이; 어리숙한 사람을 일컫는 말
*중장터(僧市場); 운주사 인근에 있는 마을 이름
*천리채(穿籬菜); 울타리를 뚫는 나물 (닭고기)
*반야탕(般若湯); 술을 일컫는 말(곡차)
이명규·춘천시 후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