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곧잘 한다. 윈스턴 처칠도 ‘위기에 처했을 때 단호하게 맞서면 위기는 반감된다’고 말한다. 극복할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위기는 다 뛰어 넘을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세상에 해결 못 할 위기도 꽤 있다. 철옹성 같이 굳은 타인의 왜곡된 인식이나 평가 때문에 생긴 고통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 안 되는 위기가 이 중 하나이다. 대중의 편향된 시선에 괴로워하다 결국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연예인들의 절망감이 바로 이런 위기의 일종이다.

남편 없는 여자가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주인공은 주민들의 공개 재판에 처해진다. 그 여인은 딸을 안고 3시간 동안 교수대 위에서 만인의 조롱을 받은 뒤 주홍색 자수의 ‘A’자를 가슴에 달고 살라는 판결을 받는다. ‘A’는 ‘간통 (Adultery)’의 첫글자이다. 소설 ‘주홍글씨’ 주인공 이야기이다. 책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주홍글씨는 저주와 같아 주인공을 평범한 인간관계에서 분리시켜 고립되게 한다. 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가며 수익의 대부분을 자선을 위해 썼지만 낙인 찍힌 여인의 선의는 선의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노골적인 악담과 악의에 찬 손가락질을 늘 받아야만 함은 물론 그녀의 치욕이 온 세상에 퍼져 있음을 그녀는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었다. 낙인 ‘A’는 주인공에 대해 갖는 사람들의 나쁜 평가도 그리고 선입견과 편견도 당연한 것임을 암묵적으로 조장한다. 주홍글씨는 당사자가 받아야만 하는 질곡이 얼마나 질기고 파괴적인 것인지를 보여준다.

스포트라이트 효과라는 것이 있다. 스포트라이트가 하나에 주목하게 하는 것이지 동시에 모든 것을 비출 수 없는 것처럼 어느 하나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춤으로써 여타의 특징들을 주목받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말한다. 장점에는 관심 없고 부각된 주홍글씨에만 사람들은 집중한다는 소리다. 자녀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조성민이 지난주 자살했다. 벗어날 수 없는 최진실의 전 남편이라는 스포트라이트가 너무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조성민에게 깊은 연민을 느낀다. 주홍글씨 주인공들도 보듬고 가는 성숙함이 필요한데... 이 생각이 큰일 일어난 뒤 드니 야속하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