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산천어축제의 진화를 기대하며

▲ 이재용

사진부장

화천산천어축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대박이다. 지난 5일 개막,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산천어축제에 첫날 13만9000명이 찾는 등 20일 현재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축제장을 찾았다. 주말과 휴일에는 3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화천을 찾아 화천 전지역이 거대한 축제장으로 변했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산천어축제는 처음 열린 2003년만 해도 관광객이 22만명 정도인 지역의 소규모 축제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6년 4회 축제부터 100만명을 돌파한 뒤 인기몰이를 계속해 2010년부터 올해까지 3회 연속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우수 축제로 선정됐다. 2011년에는 전세계에 전파를 보내고 있는 미국의 24시간 뉴스 전문 텔레비전 방송업체인 CNN이 ‘겨울 7대 불가사의’라고 보도하면서 세계 4대 겨울축제로 자리매김하는 성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산천어축제가 이렇게 성공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2006년부터 전국 처음으로 얼음낚시터 등 일부 프로그램의 입장료를 받는 대신 그 금액만큼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지역상품권 제도가 있다. 또한 화천을 찾는 관광객들을 타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게 밤마다 2만4000여개의 산천어등이 화려하게 수놓는 선등문화제를 개최해 머무는 관광을 유도했다. 축제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 산천어 축제와 자매결연한 중국 하얼빈 빙등제의 중국 조각가들이 조각한 얼음나라 투명광장을 비롯해 세계 11개국 21개 겨울도시의 전시장인 세계겨울도시 광장을 조성해 관광객을 시내 권으로 유입되도록 한 것이다.지난해 강원발전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2012 산천어축제의 직접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는 995억 원, 방문객 수는 114만8000명이다.

하지만 화천산천어축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첫째로 산천어축제 성공이후 전국적으로 생겨나는 타 지역 겨울축제와 차별성이다. 산천어축제가 성공을 거두자 경기 가평군이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로, 전북 무주군은 남대천얼음축제, 경기 파주시 임진강 꽁꽁축제와 가평군 청평 얼음꽃 송어축제라는 이름으로 겨울축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도내에서는 평창·홍천·영월군이 각각 평창송어축제와 홍천강꽁꽁축제, 동강겨울축제를 열고 있다. 이들 축제 중 송어를 주 종목으로 올해 100만명을 목표로 4회째를 맞는 가평의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가 심상치 않다. 서울~춘천 고속도로와 복선전철 등 교통이 편리해지고 축제 인지도가 높아져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몇 해 전만 해도 얼음낚시를 주제로 한 겨울축제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 유사한 축제가 우후죽순 생겨 경쟁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화천 산천어 축제가 화천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대표축제로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올해 투명광장을 개장한 것처럼 계속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현재에 안주할 경우 유사 축제에 관광객을 빼앗겨 쇠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불거진 암표와 상가 불법전매와 같은 볼썽사나운 일들이 자정되지 않고 반복되면 누구도 찾지 않는 화천주민들만의 축제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된다. 관광객은 거리가 있어야 찾고 불편하면 발길을 끊는다. 그들을 웃사람처럼 섬기겠다는 의식이 우선돼야 한다.

둘째로 문화체육관광부가 3년 연속 최우수 축제로 선정한 산천어축제가 한 단계 더 승격된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돼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말 김제지평선축제와 진주남강유등축제를 2013년도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선정했다. 이와 함께 화천산천어축제를 포함해 최우수 축제 8개 등 모두 32개 지역축제를 올해의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했다. 아쉽게도 산천어축제가 대한민국 대표축제의 문턱에서 좌절됐다.하지만 아직 가능성이 있고 자격도 충분하다. 특히 올해는 관람위주의 타 지역 축제와 차별화를 위해 ART를 접목한 스노펀파크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눈 조각과 미디어를 활용해 현장에서 관객들이 직접 작품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눈 조각 무대가 조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화천 산천어축제를 대한민국의 대표 축제로, 세계적인 겨울축제로 거듭나게 하는 촉발제가 되길 바란다.

축제 슬로건인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은 추억’처럼 화천다움을 잃지 않는 화천스타일을 간직한 화천산천어축제가 앞으로 세계적인 겨울축제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