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가 1940년 조선일보 폐간 때 쓴 시가 있다. ‘잔치는 끝났더라도 마지막 앉아서 국밥들을 마시고/ 빠알간 불 사르고/재를 남기고/ 포장을 걷으면 저무는 하늘/ 일어서서 주인에게 인사를 하자 (중략)’ 제목은 ‘행진곡’이지만 글의 의도는 그리고 키워드는 ‘잔치는 끝났다’이다. 국밥이나 하나 먹고 잔치를 끝내자는 귀절에서 마지막의 처연함이 느껴진다. 잔치 끝이 다 이렇게 쓸쓸하지만은 않을텐데 끝도 끝 나름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새로운 도약과 이어지는 한 단락의 끝이 아니라 뭔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끝, 단절을 의미하는 끝은 진정 황량하기 그지없다.

권력은 누리고 있을 때는 권력자와 그 주변인들을 황홀하게 한다. 그러나 보물단지 같았던 권력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하면 사람을 망가뜨리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권력은 쟁취하기도 어렵지만 유지관리하기는 더욱 더 어려움을 말한다. 권력자의 공평함을 가로막는 장벽들이 도처에 깔려 있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기 때문이다.혹자는 권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호랑이 등을 타고 있는 것과 같다는 말을 한다. 언제든 떨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은 물론 추락하면 잡혀먹힐 각오를 해야 할 정도로 권력의 한복판은 아슬아슬하다는 말이다. 논어에는 인무원려 필유근우 (人無遠慮 必有近憂)라는 말이 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생긴다는 말이다. ‘자칫 방심하다 이럴 줄 알았다’하는 후회가 밀려오기 전에 권력이 끝났을 때를 그려볼 줄 아는 심미안 그것이 혜안이다. 혜안이 있었던 리더와 없었던 리더는 ‘잔치 끝’이 사뭇 다를 수 있다.

대통령 임기말이 아름다운 마무리를 의미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의 임기말은 상실을 뜻하는 말처럼 이해된다. 대통령 퇴임 후 반복되었던 과오의 선례들이 그렇게 사고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최근 들어 잦아지는 4대강 기사를 보니 또 때가 되었구나 싶다. 속절없이 찾아오는 권력의 무상함이다. 마키아벨리는 ‘권력은 비정한 생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는 권력 앞에 홀연히 떠나가는 민심이나 뜨는 권력 앞에 한없이 쏠리는 민심이나 깃털보다 가벼운 세상사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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