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가르치는 사람이 자괴감에 빠질 때가 언제일까?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아마도 학생들이 자신의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때 교사들은 무력감에 좌절하게 될 것이다. 잘 가르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일이니 교사선발시험에도 ‘수업시연’ 비중이 커지고 있다. 대학가에도 좋은 강의를 위한 필요성은 심화되고 있는데 현실은 괴리감이 있다. 대학마다 잘 가르치기 위한 시스템을 제공하는데 그 문을 두드리는 교수가 극히 일부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사석에서 어느 대학 총장이 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대학교수의 90%는 자신이 수업을 꽤 잘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데 정작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교수의 10% 가량만 좋은 강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교육의 자율성에 이의를 달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자율성은 책임감과 함께해야 빛이 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업몰입을 위해 교사가 맨 먼저 할 일은 학생들을 주의 집중시키고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다. 수업목표를 제시해야 하는 일도 꼭 해야 한다. 그래야만 오늘 뭘 배워야 하는지 또한 수업이 끝난 뒤 도달해야 할 행동목표가 무엇인지 학생들은 인식한다. 교사는 지난 시간에 배운 과제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하여 부족할 경우 복습시킨다. 지적으로도 그리고 성취동기로도 준비 안 된 학생을 가르치게 되면 못 따라옴은 물론 흥미도 떨어져 학습결손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이런 단계들은 쌍방향 수업을 위해 교수이론가들이 개발한 표준화된 수업절차 중 일부이다. 교육학 과목 ‘교수이론’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가르쳐 효율적인 수업을 하게 한다.

‘미국 최고의 교수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의 저자 켄베인 교수는 최고 교수들은 학습에 대해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즉 대학교수에게도 학습이론과 동기부여 이론 등 교육학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잘 가르치는 일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최근 서울대가 오는 9월부터 몇몇 강의와 동영상을 인터넷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물밀 듯이 달려오는 개혁이 대학교수라고 비껴가지 않는다. 좋은 강의를 위한 투자에 머뭇거릴 이유가 전혀 없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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