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와 어른이 된 지금 이순간 무척이나 달라진 세월 속에 오직 변하지 않는 것 하나가 있다면 바로 어린 날들의 추억. '은비령'으로 친숙한 강릉 출신 소설가 이순원씨(45) 등 다섯명의 유명 소설가들이 동화 나들이에 나섰다.
 한 두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이들 작가는 어릴 적 풋풋한 추억과 직접 아이를 키운 체험 등을 살려 맛깔난 문체로 이야기를 엮어 들려주고 있는 것. 어린이 소설 속의 다양한 에피소드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순원의 '뽕뽕 다리'(명예의 전당)는 이번 월드컵 시즌에 '태극기 패션'을 연출한 젊은이들을 보며 떠오른 어린 시절 태극기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를 담았다.
 '뽕뽕 다리'는 주인공이 학교를 가기 위해 매일 건너야하는 다리 이름. 학이 머물다 놀고 가는 곳에 세운 다리라 해 원래 이름은 방학다리였는데, 주인공은 '방학'이라는 말 때문에 그 다리를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날 홍수에 이 다리가 떠내려 가고 어른들은 공사판에 쓰이는 철판으로 다리를 놓는다. 그래서 새로 생긴 이름이 구멍이 숭숭 뚫린 '뽕뽕 다리'.
 어른이 돼 다시 그 다리를 찾은 주인공은 바로 거기에서 한 소년을 만난다.
 이순원씨는 아이와 함께 월드컵 경기장에 나갔다가 태극기로 옷을 만들어 입은 젊은이들을 보는 순간, 내 어린 시절 태극기에 얽힌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책보에 어머니가 오이를 싸 가지고 가는 바람에 그 친구는 유관순 누나처럼 태극기에 책을 싸왔다. 당연히 교실에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는데….
 '매일 방학을 하는 다리' '먼 기억 속의 섶다리' '팔러가는 당나귀와 수레를 끄는 소' '바다로 떠내려간 고무신'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꽃과 나비의 세상' 등을 목차로 뽕뽕다리 저편 추억의 세상으로 어린이들을 안내한다.
 이순원씨는 장편소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수색, 그 물빛무늬' '19세' '첫사랑' '순수' 등을 펴냈다.
 구효서, 이승우, 오수연, 고은주씨의 어린이 소설도 명예의 전당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구효서의 '부항 소녀'는 엄마, 아빠 부항을 떠주다 신통한 능력을 지닌 꼬마로 소문난 은지가 겪는 모험담. 이승우의 '아빠는 내 친구'에 등장하는 주인공 한길이는 아빠가 원고를 제대로 쓰지못할 때 "아빠, 저랑 나가서 바람 쐬고 오실래요?" 라고 묻는 의젓한 아이다. 고은주의 '너는 열두 살'은 여자라는 걸 기쁘고 자랑스럽게 만들려는 성장소설로 감수성 예민한 그 또래 소녀의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 몸의 변화에 대한 놀람 등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朴美賢 mihyunp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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