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명

레포츠 부장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특히 관심이 없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뇌 속 기억조차 가차 없이 지우는 능력도 있는 듯하다. 무엇을 말하려고 인간이니, 동물이니, 뇌 속까지 들먹일까.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누구에게는 간절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나가는 말 정도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다름 아닌 함께 달리고, 넘어지고, 울고 웃었던 ‘특별한 올림픽’, 2013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에 대한 얘기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우리에게 잊힌 일이 된 듯해서다.

지적장애인들의 겨울 스포츠 축제인 이번 대회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106개국에서 30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5일까지 8일 동안 평창과 강릉에서 시끌벅적하게 치러졌다. 경기는 두 지역에서 진행됐지만 성화가 전국을 순회하며 대회를 알렸다. 개막식에는 대통령도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자원봉사자 등 운영인력과 대회를 지켜 본 관람객까지 포함하면 수십만 명이 대회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각국 정상들도 여럿 다녀갔다. 이들은 지구촌의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스포츠 행사라는 외형적인 틀을 통해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존중하자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저마다 가슴 뜨거운 사연을 지닌 선수들의 역경 스토리는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장애를 갖고 태어나 ‘생존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박모세(21)군은 역경을 이겨내고 대회 개막식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어릴 적부터 영재라는 말을 들은 최재경(18)군은 2살 때 손가락을 다친 뒤 세균에 감염돼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뇌의 절반을 떼어냈고 ‘다섯 살까지 살면 다행’이라는 시한부 선고도 내려졌다. 엄마는 포기할 수 없었다. 의식 없이 누워있는 아들을 위해 매일 100곡 이상 노래를 불렀다. 엄마의 정성으로 아이는 기적의 아이콘이 됐다. 이번 대회 플로어하키에 출전해 관심을 끌었다.

장애아로 해외에 입양된 뒤 친부모를 만나기 위해 대회에 출전했다거나 가족에게 버림받아 노숙자 생활을 해오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지적장애인 등 선수들은 도전을 통해 누구보다 해맑은 미소로 서로 이해하고 함께 포용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대회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그게 전부였다. 모두가 대회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외쳤지만 거기까지였다.

대회 기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당장이라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도 스페셜올림픽과 장애인 인권에 대한 단어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대회 운영에 대한 미흡한 점을 지적하며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리허설 성격으로 평가 했다. 물론 ‘국제대회·동계스포츠·올림픽’이라는 용어가 겹치면서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강원도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스페셜올림픽을 다른 올림픽과 연계해서 설명하는 건 그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스페셜올림픽이 왜 생겼는지 그 취지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스페셜올림픽은 지적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시작된 대회다.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소통 수준을 높인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장애인의 삶이 다소 나아진 편이라고는 하지만 지적장애인은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 못하고 주도성을 갖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다른 장애에 비해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은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가 더욱 힘들다는 뜻이다. 그들이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의 도움이 절실한 이유다.

이제 전세계는 스페셜올림픽을 개최한 한국을 기억하고 그 변화를 지켜볼 것이다. 대회 기간 함께 외쳤던 Together We Can!(함께하는 도전)이 사회 곳곳에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그날의 감동이 잊히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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