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숙

춘천보훈지청장

오는 7월 27일이면 6·25전쟁 정전 60주년을 맞는다. 한 민족 간의 전쟁이 60년이 지나도록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세계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이어지고 있다. 정말 부끄러워 숨기고 싶은 기념일이지만,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자라나는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잊지 말고, 당당히 맞아야 할 기념일이기도 하다.

1950년 6월 25일부터 대한민국의 전 국토를 폐허로 만들던 전쟁의 불길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발효되기까지 3년간이나 지속됐다. 전쟁은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해 백만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 갔고, 80%에 달하는 산업시설과 공공시설 등을 집어 삼키며 대한민국을 폐허로 만들어 놓았다.

폐허의 대한민국은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원조를 받으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 나갔고, 전 세계가 감탄할 저력을 발휘하며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적 성장을 이뤘다. 지난 60년간 우리는 경제·문화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지만, 북한과의 관계만큼은 크게 변화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국가보훈처에서 실시한 UN참전용사 재방한 행사 중 한 참전자는 재방한의 소감을 밝히며, “그래도 동족끼리 60년이 되도록 적대관계 속에서 지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분단 6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우리는 북한과 적대관계를 유지해 가고 있다. 물론 그간 우리는 평화 체제 유지와 통일을 위해 북한을 상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내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햇볕 정책과 같이 북한의 개방을 이끌어 내기 위한 호의적 입장에서의 노력도 여러 차례 시도됐다. 하지만 북한은 60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고 있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은 북한 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햇볕 정책과 같은 우리 정부의 호의적 태도에 대한 북한의 답변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었다.

최근 북한은 3차 핵실험 논란을 야기하며 위협적 면모를 전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 이런 북한과 평화 체제를 논하고 통일을 도모한다는 것은 참으로 요원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왜 6·25전쟁이 야기됐는지, 왜 60년이 지나도록 정전 협정이 종결되지 못하는지 면밀히 돌아보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 계기로 국민적 공감대를 갖춘 새로운 대북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한의 무력 도발과 핵실험과 같은 위협적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미국, 중국 등과 함께 국제적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평화와 개방의 움직임에는 지원으로,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에는 단호한 응징으로 대처한다는 대북원칙을 확실히 하는 것이, 북한과의 평화 협상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전 6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영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국내외 참전용사들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겨야 한다.

우리가 오늘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이분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유엔군 참전용사들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 상황을 접하면 무척 감격스러워한다. 자신의 참전이 얼마나 가치 있는 행동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이분들의 희생과 오늘의 대한민국을 생각하며 감사의 편지를 한통 적는 것도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보내는 감사의 편지 한 통은 이 분들께 훈장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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