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의 뜨락에 서면

산허리를 돌아온 바람이

아찔한 미류나무 꼭대기에서

숨을 고르고



연둣빛 물감이 채워지는 운동장엔

하늘을 찌르던 아이들의 함성소리

별빛처럼 쏟아지고.



교정의 뜨락에 서면

하늘을 닮은 마음에 끌려

바다를 닮은 가슴에 안겨

호수를 닮은 눈동자에 반해

아이들을 사랑했던

열정과 감동의 순간들이

가슴에 스며들어 그리움 되고.

교정의 뜨락에 서면

아이들이 남기고 간 발자국

흘리고 간 웃음소리

버리고 간 꿈의 조각들이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일어나

허허로운 가슴에

신비한 빛으로 싹트고.



교정의 뜨락에 서면

무심한 세월의 자락을 잡고

40여년 소용돌이 쳤던

기쁨과 슬픔이

고뇌와 번민이

하얀 그리움 되어

화선지의 먹물처럼 번져오고.

임종길·강릉시 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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