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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해결에 대한 단상

이철수 2013년 03월 11일 월요일
   
▲ 이철수

한국은행 강원본부장

최근 실물경기의 진작과 가계부채 해소를 위해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한국경제에서 부동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데 이 부문에 대한 강한 규제로 경기회복이 더디며 이로 말미암아 소득도 늘지 않아 부채상환이 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주장한다. 국내의 적잖은 사람들도 규제의 일부 완화를 통해서라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제시되고 있는 가계부채 대응방안들이 애초에 가계부채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데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관련 세제뿐 아니라 대출규제(LTV, DTI) 완화가 모두 그러하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 실물경기의 활력을 위해 부동산 양도세 관련 규제를 완화하였으며, 은행의 경영성과 개선을 위해 대출경쟁에 느슨한 규제를 적용한 바 있다. 이러한 규제완화는 2000년대 중반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두자리 수의 대출증가를 초래하였다. 소위 실물 및 부동산 경기를 동반한 대출의 순응성(procyclicality)이 오늘날의 가계부채 문제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이다.

사실 가계부채 누적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규제 완화가 부채 해소를 위한 대책으로 제시되는 일은 새삼 주목하거나 놀라워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경제주체들은 늘 과거 금융위기의 쓰라린 경험을 망각하고 다시 부채의 축적을 반복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 과거에 되풀이하였던 정책수행의 오류를 지금 다시 반복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그럴 수는 없다. 이번에는 가계부채가 가계의 수입과 지출, 자산 선택, 금융기관의 경영행태 등 모든 경제활동과 연계되어 있음을 고려하여 가계부채 문제 해소를 위한 정책을 좀더 거시적이고 중장기 시각에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규제완화에 관련된 정책은 적어도 가계의 금융행위에 관해서 자기책임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출규제의 완화나 저소득층 채무자에 대한 부담 경감 조치가 바람직하다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수준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이나 임금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강원지역의 경우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을 활용하여 지역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좋을 것이다.

금융기관은 상승하는 연체율을 의식한 나머지 대출을 급격히 축소하거나 저신용자에 대한 가산금리를 급격히 올릴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적으로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소지가 있음에 유의하여 적절한 채무자 관리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정책당국과 금융기관의 노력만큼 중요한 것은 개별 경제주체들의 건실한 가계운용이다. 그간 두차례의 금융위기를 통해 자산가격의 부침이 가계 건전성에 치명적인 위협임을 충분히 경험한 만큼 가계는 앞으로 차입에 의한 자산구매보다는 장기 저축을 통해 재산을 형성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은 부채가 곧 큰 부담과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실하게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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