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로

사회부장

“나 떨고 있니?” 학교폭력을 일삼은 학생과 성폭력을 저지른 호색한, 한 가정의 행복을 무참히 깨트린 가정파괴범, 돈벌이에 눈이 멀어 불량식품을 마구잡이로 유통시킨 업자들이 최근 스스로에게 던졌을 법한 질문이다. 답은 “아니다”쯤 될 것 같다.

소시민들이 깊은 고민 끝에 다시 질문을 던진다. “가정파괴범 등 4대 사회악이 근절될까? 뿌리가 뽑힐까?”

이 질문에 대해 정부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20여일 만에 장차관과 검경 수장 등 주요 외 청장에 대한 인선이 마무리됐다.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도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박 대통령의 입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떻게 방향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의 삶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최근 발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4대 사회악 근절’에 대한 의지다.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열린 경찰대학 졸업식에 참석, “(우리사회) 구석구석까지 파고든 탈법과 무질서, 구조적인 부조리와 반칙을 엄단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4대 사회악 근절 추진 본부와 성폭력 특별 수사대를 발족시켜 민생 안정을 선도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전국 각 경찰서에는 비상이 걸렸다. 특별수사대가 발족되고, 추진본부가 구성됐다. 긴급회의도 열렸다. 하부 기관으로 내려가면서 기자회견도 잇따랐다. 이들이 내뱉은 말은 한결같았다. 사용된 단어도 무시무시하다. ‘발본색원’, ‘근절’, ‘뿌리 뽑겠다’ 등이다. 대통령의 엄명이 떨어진 만큼 모두가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4대 사회악 근절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무작정 믿기에는 조금 떨떠름하다. 전 정권은 물론 역대 정권이 수없이 강조했고, 다짐했지만 4대 사회악은 ‘근절’ 되거나 ‘발본색원’ 되지 않았다. 오히려 독버섯처럼 그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시켰다. “뿌리째 뽑아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아도 ‘4대 사회악’은 유유자적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다.

왜 그럴까. 최고 통치자의 영(令)마저 통용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

박 대통령의 4대 사회악 근절 지시가 떨어진 뒤 교육계와 경찰 관계자들을 만났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진로를 상담하는 교사는 대뜸 “학교폭력을 뿌리 뽑겠다고? CC-TV 성능을 개선해서 학교폭력이 근절된다면 억만금이라도 들이지. 접근 방법이 아예 잘못 됐어. 생각이 저모양이니 잘 될 리가 있겠어. (학교폭력) 원인을 분석해야 답이 나오지. ‘왜’라고 물어본 뒤 답을 궁리해야 될 거 아니냐고.”

경찰관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말단 경찰관은 “윗사람이야 지시하면 그뿐이지. 말단인 우리만 또 죽어나는 거야. 또 한 차례 실적 경쟁이 벌어지겠군. 있는 것 없는 것 모조리 들쑤셔서 이 잡듯 잡아내라고 안달복달하겠지.”

일선 현장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해야 하는 말단 집행관(?)들의 답변은 이처럼 냉소적이었다. 이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인 데는 대체로 ‘원인 규명 무시’, ‘현장 무시’, ‘획일적인 지시’, ‘불통’ 등 역대 통치권자가 갖고 있던 이미지 때문이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분명한 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4대 사회악’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다면 접근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장에서 원인을 찾고, 아랫사람의 생각을 들어야 한다. 공감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범죄자들이 쥐구멍이라도 찾는다.

brkang@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