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록

경제부장

강원도는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해 사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임했다. 경제자유구역은 기업유치에 애를 먹고 있는 인천과 새만금을 포함해 타시도의 예를 보듯 성공의 보증수표도 아니었고 지정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다소 빈약했다. 그래도 강원도는 도내에서도 낙후된 영동권 개발을 위해 경제자유구역을 대안으로 삼았고 결국 정부로부터 지정받는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지정 후가 문제였다. 아직 조직 구성도 채 이뤄지기 전에 기업들과 맺은 MOU의 진정성이나 사업성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MOU의 진정성을 문제삼는 쪽은 “당초부터 조작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고 그 반대 쪽에서는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 흠집내기에 치중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실 강원도내 자치단체들은 민선 이후 대형 민자사업 유치에 주력해 왔다. 정부로부터 대형 국책사업을 유치하기는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자체 예산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는 힘이 부쳤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민자유치는 민선단체장들에게 그럴 듯한 유혹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단체장들의 기대처럼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시장의 이해보다는 지역의 기대와 이해가 앞서다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빚어졌다.

시계를 잠깐 뒤로 돌려보자. 2006년 4월 김진선 전 지사는 춘천시 삼천동에 다기능 컨벤션센터를 포함한 39층 규모의 ‘세계무역센터(WTC) 춘천’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투자기업 대표는 “춘천시의 잠재력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고 추켜세웠지만 그 이후 소식은 누구도 듣지 못했다.

그로부터 몇 년 전에는 아랍계 자본으로 추정되는 투자사가 중도에 수억 달러 규모의 개발계획을 가지고 당시 배계섭 춘천시장과 MOU를 맺었던 적도 있다. 그러나 막대한 오일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는 그 투자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실체없는 회사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정은 도내 곳곳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태백과 속초, 홍천을 비롯한 군지역들도 크고 작은 민자유치사업을 추진하거나 추진되다 좌초된 경험을 갖고 있다. 태백과 평창에서는 민자사업이 못미더워 자치단체가 직접 투자하는 모험을 한 끝에 후임 단체장들이 빚더미를 막아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기 전만 해도 1조원은 투자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대단위 사업들이 넘쳐났다. 투기세력과 이자수익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금융자본의 결합은 전국을 개발열풍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사업성은 뒤로한 채 외형만 부풀린 결과는 참담했다. 부동산 거품이 사라지자 PF자금의 부실화는 숱한 저축은행의 폐업으로 이어졌고 시중은행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논란은 감사원까지 전이됐다.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했다니 MOU 조작시비는 감사결과를 지켜보면 될 것이다. 다만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기업유치라는 두마리 토끼를 쫓는 쪽에서 보면 이 상황이 갑갑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눈앞의 성과를 위해 칼자루를 쥐지 못한 채 ‘칼날 위의 신세’로 지낸 시간들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거래라는 것이 늘 아쉬운 쪽에서 늘 지게 마련이고 이번 사안도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는 다시 한 번 살펴야 한다. 신중하게 검토했어야 할 부분, 혹은 과감하게 잘라냈어야 할 일들에 대한 성찰은 향후에도 대단히 유효한 경험이 될 것이다. 자치단체장들의 무수한 악수와 웃음, 협약서 조문들은 한 번 지나가고 마는 사건이 아니다. 좋든 나쁘든 도민들의 삶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최근의 민자유치와 관련한 논란들은 좀 더 발전적으로 풀어나가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jrso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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