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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

정준호 2013년 03월 25일 월요일
   
▲ 정준호

농협 중앙교육원 교수

지난 주말 뒷동산에 산책하러 갔다가 바위틈에 피어난 동백꽃 노란 꽃송이를 보았다. 조석으로 영하의 찬바람 부는 꽃샘추위도 아랑곳없이, 겨울 찬물 길어 올려 피워낸 어린 생강나무의 부지런함이 대견하다.

봄은 참 부지런한 계절이다. 산 속 응달진 곳에는 여전히 지난 겨울의 잔설들이 상흔처럼 남아 있고 산정에는 서설이 날리기도 하는데, 꽃나무들은 꽃나무대로,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저마다 부지런히 새봄의 희망을 경작하고 있다. 바야흐로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로 시작하는 조병화 시인의 시 한수 절로 떠오르는 봄이다.

주머니 속의 핸드폰을 꺼내 노란 동백꽃을 사진에 담아 왔다. 사진 속에 담기는 것은 고작 작고 예쁜 꽃송이 몇 개뿐이지만, 나는 그 속에서 어린 생강나무의 부지런함을, 꽃샘추위 이겨내고 꽃과 잎을 틔우는 생명예찬을, 청춘의 꿈을 그려본다. 그리고 동백꽃 만발한 춘천 어느 산골짜기에서 사랑을 키우고 있을 김유정 선생의 소설 속 ‘점순이’를 생각한다. 해마다 노란 동백꽃 필 무렵이면 순박한 ‘점순이’의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누구나 청년시절의 아름다운 추억 한 장, 그리운 첫사랑의 기억 하나 쯤은 품고 사는 법. ‘점순이’의 감자 세알이나 닭싸움처럼 순진한 시골처녀의 순정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오래된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청춘은 봄이다. 청춘이 봄인 까닭은 어떤 절정 같은 화려한 꽃들이 만개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언 땅 녹여 물 길어 올리는 뿌리와 줄기의 고단한 수고, 겨울 추위 이겨내고 꽃망울·잎망울 터뜨리는 맹아들의 인고, 폭염의 더위와 장대비 같은 장맛비 이겨내고 큼직한 열매 키워내는 헌신이 바로 청춘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성공과 성취에는 그 만큼의 수고가 그림자처럼 동행하기 마련이다. 누군들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지 않으랴. 크고 작은 실패를 딛고 일궈낸 큼직한 결실이 바로 청춘의 꿈이라 하겠다. ‘청춘의 또 다른 이름은 결코 꺾이지 않음’ 이라는 정채봉 선생의 글은 지난 주말 우연히 보았던 어린 동백꽃에게, 희망의 새봄을 시작하는 모든 청춘들에게 힘찬 격려가 아닐 수 없다.

춘삼월, 동백꽃 필 무렵. 나도 새봄이 물씬 무르익어가는 춘천 의암호반으로, 한동안 잊고 지내던 청춘의 어느 멋진 봄날을 찾아 떠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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