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흔

 아내는 지금 엉겅퀴를 스케치하고 있다
 백복령 너머
 스님이 손수 가꿔 담은
 장 익는 마을 어귀에 핀
 가시 돋은 엉겅퀴 잎사귀를 눈에 담고선
 수과(瘦果)로 익을 보랏빛 꽃
 하얀 속살을
 일을 아는 땀으로 되살리려 한다
 
 변종 클로버에 사진기 초점을 맞추고
 주변을 관심으로 채우려 하나
 맥없이 절은 몸에
 엉겅퀴 가시가 파고 든다
 
 가족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고 나면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나무며 바위에
 젖을 물리고 있는
 높은 산을 그리고 있을
 그 옆에 있어도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문학세계로 등단.
 ·삼척대학교 겸임 교수
 ·道 환동해출장소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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