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들, 부동산대책에 관심…분양시장도 문의 급증

4.1 부동산 대책이 실수요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생애최초 국민주택기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취득세가 감면되는 데다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안팎 낮은 금리로 집값의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분양에서 쓴맛을 본 동탄2신도시 등 분양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면제 방안이 나오자 문의 전화가 늘어났다. 분양에 실패한 일부 분양시장에서는 마케팅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올해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은 분양을 서두르기로 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4.1 부동산 대책으로 얼어붙은 매매시장이 활기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거래가 살아나더라도 집값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실수요자들, '생애최초 주택구입'에 관심
모 대기업 과장 허 모(37) 씨는 2일 자신이 생애최초 국민주택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은행을 찾을 계획이다.

현재 경기도 파주에서 전세로 사는 외벌이 가장인 허 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내년에 초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이사할 생각이었다. 보유 자금으로 2억원대 초반에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교하를 눈여겨보던 허 씨는 전날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보고 아내와 상의한 끝에 생애최초 국민주택기금을 받아 고양 원당이나 화정 등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1억6천만∼1억8천만원을 대출받으면 3억원대의 아파트를 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게는 취득세 면제, 총부채상환비율(DTI) 은행 자율 적용, 담보인정비율(LTV) 70%까지 완화, 60∼85㎡ 이하·6억원 이하 대출금리 연 3.5% 등 혜택이 부여된다. 다만 연말까지 소유권 등기이전이나 잔금을 치러야 혜택을 볼 수 있다.

◇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분양시장 '들썩'
분양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이 9억원 미만 주택을 연내 사면 5년 간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발표하자 미분양 주택시장에는 평소의 배 이상의 계약 문의가 몰렸다. 1가구 1주택자에게 주택을 사는 다주택자도 같은 혜택을 볼 수 있다.

분양시장의 한 관계자는 "최근 평일 계약 건수가 1∼2건에 그쳤는데 전날 하루만에 5건 팔렸다"며 "업계도 오랜만에 기대감을 갖고 움직일 채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탄2신도시 등 일부 분양시장 관계자들은 목표 계약률을 달성하기 위해선 앞으로 6∼7개월 소요될 것으로 봤으나 이번 주말부터 수요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단기간에 물량이 몰린데다 시범단지가 아니어서 시장이 냉랭했다"며 "취득세와 양도세 면제 등 대책으로 소비자들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건설사들은 대책 효과를 업고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해 이달 중순부터 계약금 정액제(500만∼1천만원) 등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 일부 건설사들은 계약금 정액제, 중도금 일부·전액 무이자, 발코니 무상제공 등 조건을 완화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9억원을 넘는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할인분양'에 나서 가격을 9억원 미만으로 낮추는 마케팅을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거래는 활성화로 매물소화…집값 상승은 어려워
전문가들은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집 매매 거래가 활성화할 것으로 확신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경우 연간 소득기준이 6천만원 이하로 제한돼 있어 서울에선 강북 일부, 수도권이나 지방 등에서 주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부동산114는 생애최초 주택구입 시 취득세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아파트는 전국 545만4천38가구로 집계했다. 시도별로는 ▲경기 153만2천114가구 ▲서울 83만693가구 ▲부산 41만6천83가구 ▲인천 38만2천365가구 ▲경남 35만4천138가구 ▲대구 30만9천975가구 등이다.

또 연말까지 입주가 예정된 전국의 9만1천997가구의 새 아파트도 취득세 면제 대상이다. ▲경기 1만9천154가구 ▲경남 1만5천848가구 ▲부산 8천954가구 ▲서울 8천68가구 등이다.

또 전국 557만7천여 가구의 기존 주택이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됐다. 수도권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85㎡ 이하, 9억원 이하 아파트의 재고 물량은 서울 94만4천896가구, 경기 154만737가구, 인천 38만2천365천가구로 전국 수혜 예상 물량 중 51%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신규 주택도 올해 분양이 예정된 서울과 경기, 부산 등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4월 이후 분양하는 신규 아파트 17만5천719가구 가운데 9억원 이하에 분양되는 아파트는 서울(44만572가구)과 경기(58만918가구)가 가장 많다.

조성근 부동산114 연구원은 "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서울 재개발·재건축 단지와 위례신도시 분양 단지 등에선 청약 열기가 되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거래가 활성화더라도 집값이 본격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대책은 경기 회복 등 경제의 기초체력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성적인 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어서 효과 역시 그동안 쌓여 있는 매물 소화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사업부 부동산전문위원은 "거래 활성화로 쌓인 매물이 소화되고 시장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나 가격은 본격적으로 오르기는 어렵다"면서 "보합이나 강보합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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