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주고 받는 ‘자장면 한 그릇’
불우 이웃에 음식 기부
쌀·연탄·장학금까지 ‘쾌척’
꿈, ‘공동체’ 만들기

 

작은 행복도 나누면 배가 된다. 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송정부)는 매년 ‘나눔과 함께하는 착한가게 캠페인’을 열고 보이지 않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도내 착한가게 업주들을 선정, 협약식을 갖고 있다. 본지는 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공동으로 도내 착한가게 업주들을 만나 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연재한다.


 

 

“자장면 한 그릇에 사랑 담뿍 담아 드려요.”

그녀는 망설였다. 자신보다 더 좋은 일을 하는 이들이 많다며 정중히 인터뷰를 사양했다.

다시 청했다. ‘얼마를 나눠왔느냐?’보다 ‘얼마의 시간을 나눠왔느냐?’를 묻고 싶었다고. 그녀가 마음을 열어주었다.

춘천시 퇴계동에서 중화요리 전문점 ‘쟈스민’을 운영하는 박선남(53·여) 대표를 찾았다. 중화 요리사 남동생과 함께 가게를 일궈온 지 13년 째.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에게는 불변의 법칙이 하나있다. 바로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자장면을 무료로 제공하는 일이다. 박씨는 “가진 돈이 많지 않아 가게도 어렵게 냈지만, 유일하게 나눌 수 있는 게 ‘자장면’이었다” 며 “내 수준에 맞게 나눔을 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혼모 보호시설인 ‘마리아의 집’을 시작으로 아동복지시설 ‘애민원’, 지체장애우와 무의탁 노인·아동 보호시설인 ‘나눔의 동산’까지 차례로 연을 맺으면서 자장면과 탕수육 등 중화요리를 매달 격주로 후원해 오고 있다. 어려운 이웃에게 쌀과 연탄을 정기적으로 전하면서 강원대와 한림대에 장학금도 전달하고 있다.

고상하게 사회적 지위나 보여주려고 ‘기부’를 택했다는 시선도 받았다. 고생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밝은 외모에 중화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CEO. 누구라도 한번쯤 그 진정성을 의심해 볼 법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참 오랜 시간 품어온 아픔이 있다.

10살의 나이에 어머니를 병으로 떠나보내고, 평양이 고향인 실향민 아버지와 오빠, 남동생을 뒷바라지 하는 건 어린 그녀의 몫이었다.

아버지의 원단 도매업을 돕고 공부하면서 중국어 동시통역사를 꿈꾸기도 했다. 혼자가 된 아버지를 모시고 꿈도 이루려면 ‘결혼’마저도 장애물이라 여기며 삶을 옥죄던 때였다.

온갖 어려움을 딛고 월세방에서 두 아들을 키우며 남동생과 힘을 합쳐 개업한 곳이 ‘쟈스민’이다. 돈은 없지만 잘 할 자신이 있었다. 또 어머니를 향한 사무침, 결혼 실패로 남겨진 상처는 봉사를 하며 만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면서 새살이 돋았다.

박 대표의 꿈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인생을 다 바쳐 선교와 봉사활동을 이어온 사람들, 오갈 곳 없는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를 일구며 사는 것이다.

“사랑과 교감이 메말라 가는 사회입니다. 돕는다기 보다는 누군가 나를 원하면 어디든 가서 마음을 주고 받으며 살고 싶어요.”

박선남 대표는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만찬을 내 놓는다. 행복의 ‘자장면 한 그릇’.

전선하 sunpower@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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