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명

레포츠 부장

“제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는데 이제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죄송해요.”

요즘 안타까운 뉴스들이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부산에 살고 있는 권모(16)군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남겼다.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옥상에 옷과 신발, 휴대전화를 가지런히 놓고 20층 아래로 투신했다. 자율형 사립고에 다니는 권군은 인문계열에서 전교 1등을 하던 수재였다.

청소년들이 이 같이 극단적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학업 스트레스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학교폭력이나 학생들간 왕따로 인한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얼마 전 한 고교생은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각종 폭력에 시달려 괴롭다며 남긴 유서에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사회에 대한 원망이 담겼다. 특히 목이 마르다며 ‘미안한 데 물 좀 줘’라는 마지막 글은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처럼 아이들이 입시교육과 폭력으로 죽음에까지 내몰리고 있지만 우리사회는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교육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듯하다.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위한 ‘인성교육 중심의 수업 강화’, ‘진로상담 강화’ 등을 주요 골자로 내세웠지만 특별할 것이 없다. 새로 도입한 자유학기제는 생소하기만 하다.

학생들 눈높이에서 문제점을 바라보고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입시지옥과 폭력으로 피해보는 학생들은 계속해서 생길 수밖에 없다.

그나마 학교체육을 활성화 하겠다는 정책은 조금이나마 위안을 준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 안정에 스포츠만한 것이 없다고 지적한다. 즉 체육활동을 통해 긴장, 공격성, 욕구불만, 좌절과 같은 파괴본능을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방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스포츠 활동의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규칙준수와 역할분담은 자기통제 및 자기수양을 유도하게 되고 자신과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정신을 배양시키는 데 더할 나위 없다.

한 조사 결과 주 2~3회 추가 운동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자아존중감과 행복감이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운동의 시간과 빈도가 높고, 체력이 좋은 아이의 평균 행복지수가 보통 아이들보다 높다는 게 증명됐다. 결국 정신적인 건강은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사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의 체력은 소위 ‘저질체력’에 가깝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 청소년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크게 증가했다. 매년 2만 2000여명의 청소년이 새롭게 대사증후군에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방과 후 과도한 학업생활, 인터넷·스마트폰의 보급 등에 따른 신체 활동량 감소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초등학교 시절이 머리를 스친다. 1970년대 당시만 하더라도 수업 중간 10분의 쉬는 시간이 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뛰쳐나갔다. 그 짧은 시간에 놀기 위해 경쟁적으로 운동장의 작은 공간이라도 확보하려는 각축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금의 학교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강원도 교육청이 최근 발표한 ‘올해 학교체육 주요업무계획’이 눈길을 끈다. 주요 내용은 스포츠클럽 활성화로 학생 체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스스로 운동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체육활동을 유도해 기초체력을 향상시키고 신나는 학교생활 여건을 만들겠다는 요지다.

특히 개인적으로 ‘토요스포츠데이(day)’ 프로그램이 마음에 든다. 덕분에 중학생인 아들이 토요일마다 학교 선생님의 지도 아래 등산을 다닌다. 공부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 피신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들의 자발적인 참여다. 아빠도 싫어하는 등산을 선뜻 나서는 녀석이 기특하다. 더불어 아들에게 한마디 전한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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