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순간까지 詩 쓰고 싶다”
불혹 넘어 운명처럼 시 입문
지난해 첫 시집 ‘둥근집’ 발간

▲ 춘천 출신 유기택 시인

유기택(55·춘천) 시인은 불혹을 넘겨 시와 정식으로 마주한 늦깎이 시인이다. “유년시절부터 글을 쓰고 싶었지만 좀처럼 생각대로 안 됐다”며 멋쩍어 한 그는 마치 운명처럼 시를 만났다.

아내와 함께 고성 거진 앞바다에 차를 세워놓고 들은 정호승 시인의 시 ‘강변역에서’의 한 구절이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나의 운명보다 언제나 너의 운명을 슬퍼하기 때문’이라는 구절을 들은 그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오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그는 “젊은시절부터 집안 사정으로 원하던 시를 쓰지 못했다”며 “늦게나마 평생 갈구해오던 시와 마주하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시를 만나기 전까지 그는 농사부터 일용직 노동, 개인 사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을 경험하며 굴곡진 삶을 살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는 농축된 서정시가 주를 이룬다. 때론 ‘낡은 느낌의 시 같다’는 비평을 듣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서정시에 애정을 쏟고 있다. 그의 시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아련하게 녹아있다.

춘천시 신북읍 율문리에서 생활하는 그의 일과는 시와의 싸움으로 시작된다. 그는 매일 새벽 4시쯤 일어나 오전 대부분을 시와 보낸다.

“한 번 몰입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에 미쳐 있어요. 허리가 아파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면 3∼4시간이 훌쩍 지나있는데 이때 희열을 느낍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첫 시집 ‘둥근 집’을 냈다. 다소 늦은 감이 있는 첫 시집이지만 그는 “한 편을 쓰더라도 신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부턴 시작 활동에 더욱 속도를 내기로 했다. “1년에 한 권 정도씩 시집을 내며 시농사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그에게 시는 어느 마약보다 중독성이 강한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됐다.

그는 “고뇌의 시간을 뒤로 하고 탈고하는 순간 느끼는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달콤하다”며 “죽는 순간까지 시인으로 살아야 겠다는 소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시와 어디까지 함께 갈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며 “항상 시를 통해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때론 시심마저 유발할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에게 미공개 시 한 편을 부탁했다.

“하필, 텅 빈 날에/오갈 데 없이 흐린 날에/나도 바람꽃/나도 바람꽃이려니/비밀의 사랑 품어보는 날에/사월 마적산에 눈이 내리고/바람이 여는 꽃잎마다/낯선 부고처럼 손이 시리다/하얀 목련이 피다가 말고/망연히 서서 생각 중이다”(유기택의 미공개 시 ‘나도 바람꽃’)

최경식 kyungsik@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