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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사업 전면 재검토할 때다

이호 2013년 04월 29일 월요일
   
▲ 이 호

뉴미디어 부장

‘1000만명’, ‘3만명’, ‘1조5600억원’, ‘10조원’.

박근혜정부 출범 후 가격 인상 논란을 불러오며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담배와 관련한 수치다. 누가 봐도 “참 많다” 라는 소리가 나올 법한 이 수치는 ‘국내 흡연자 수’, ‘담배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수’, ‘담배로 인한 연간 의료비 지출 규모’, ‘간접흡연까지 포함한 의료비 지출 규모’를 나타낸 것이다.한국은 담뱃값이 선진국 중 가장 낮은 반면 흡연율은 최고다. 노르웨이는 담뱃값이 1만5758원에 15세 이상 남성 흡연율은 19%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2500원에 남성흡연율이 무려 40.8%에 이른다.

지금과 같은 흡연율이 유지될 경우 흡연 피해가 20년쯤 뒤에 나타나는 게 대부분인 경우를 감안한다면 이에 따른 진료비 부담이 크게 늘 수밖에 없고 이는 지금도 구멍 난 건강보험 재정운용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분석이다.잘 알려져 있듯이 담배연기에는 일산화탄소, 살충제인 DDT, 청산가스 등 4000여종의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이 가운데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확인한 발암물질만 해도 벤조피렌,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 60여종 이상이 검출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유수의 라면 수프에서 인체에 쌓이면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당시 식약청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라면을 먹으면서 하루 벤조피렌에 노출되는 양이 평균 0.005ng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담배 1개비에 있는 벤조피렌의 양은 그보다 6000배가 많은 20∼40ng이다.이 때문에 흡연은 폐암 등 모든 암 사망원인의 30%를 차지하고 심장 및 혈관질환이나 만성폐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 수명을 10년 이상 단축시킨다는 점이 의학적으로 입증됐다.

담배에 대한 규제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흡연권이 사생활의 자유지만, 담배연기를 피할 권리인 혐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뿐만 아니라 생명권까지 연결되는 것이므로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결정 한 바 있다.그런 차원에서 늦었지만 지난해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이 시작됐고, 최근에는 150㎡ 이상의 음식점까지 금연구역을 확대한 정책은 환영할 일이다.또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대한금연학회가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에 대폭적인 담뱃세 인상과 담뱃세의 금연사업 사용을 내용으로 한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공론화한 담뱃값 인상 논쟁도 반길 일이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만으로는 흡연에 의한 폐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는 인식도 커지면서 국가의 담배 제조·수입·판매를 허용하는 ‘담배사업법’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현행 담배사업법이 담배가 해로운 것을 잘 모르던 시절 제정된 담배산업의 육성을 위한 것으로 담배 규제를 통한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려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는 판단 때문이다.금연운동협의회는 담배규제 주무부서를 기획재정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담배사업법을 폐지하는 대신 담배관련 법규를 통합해 ‘담배관리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또 박재갑 전 국립의료원장 등은 지난해 1월 담배사업법이 국민 건강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는 만큼 국가가 이제라도 법률을 통해 담배 제조와 판매를 전면 금지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담배사업법을 즉시 폐지하고 담배를 엄격한 마약류로 관리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가든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담배사업법을 차제에 전면 재검토해야 할 시점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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