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일

강릉원주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주부 취업률은 현재 5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기혼자의 과반수가 맞벌이 가정인 셈이다. 대부분의 기혼여성은 가정 경제만이 아니라 여성 자신의 발전을 위해 가능하면 맞벌이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맞벌이 가정에서 여전히 부인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더구나 핵가족으로 독립해 생활하다보니 자녀가 생기면 맞벌이에 아주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맞벌이 가정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가사 노동시간이 남편은 30분인데 비해 부인은 2시간 30분으로 5배나 된다고 한다.

육아는 대다수가 부모나 친척의 도움 또는 육아도우미나 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는 오직 한 가지 방법뿐이다. 맞벌이를 그만두는 것이다. 워킹맘(working mom)의 생활이 전업주부에 비해서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여 자녀가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이 남성을 앞서고 있지만 결혼을 하면 의욕이 좌절되고 만다. 따라서 혼자 사는 것을 선호하는 여성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딸에게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독신생활도 좋다고 권유하는 어머니도 있다. 그와 같은 어머니도 아들이 있으면 며느리를 맞고 싶을 것이다. 그 며느리도 누군가의 딸이 아닌가?

정부에서도 맞벌이 가정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보육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질 좋은 보육시설이 주변에 태부족하여 증설이 시급한 실정이다. 2년 내에 국공립어린이집을 크게 증설한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어보자. 특히 직장 어린이집을 대폭적으로 증설하여 워킹맘들이 가끔 자녀를 보면서 마음 놓고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보육시설에서는 저녁 7시 이후에는 아이를 더 이상 맡아주지 않고 방학기간에는 시간도 단축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있다. 보육시간을 2시간 정도 연장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학교의 방학이나 주말에도 자녀를 맡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취업주부들이 육아문제로 주말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배려해 줄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는 것도 맞벌이 가정의 육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초등학교의 온종일 돌봄교실을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실시한다는 정부의 정책도 기대된다.

복지 수준을 더 높인다면, 유급 육아휴직 제도를 시행하여 자녀가 3세까지는 취업주부의 휴직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자녀가 어릴 때에는 어머니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어느 임상심리학자는 하루 3시간 이상 엄마의 냄새가 아이의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어머니와의 접촉을 통한 안정애착은 후일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인생관이나 세계관의 기초가 된다. 안정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 주변세계를 불안하고 믿지 못하게 되어 건전한 대인관계 형성에도 문제를 안게 된다. 이와 같은 인생에 대한 각본은 아동기 이후에는 변화되기 어렵다.

직장에서는 성차별 없이 동등한 조건에서 근무해야 하지만 워킹맘에게는 가급적이면 야근이나 출장을 유보하도록 요청한다면 특혜로 간주될 것인가? 가정보다 직장생활을 우선하는 풍토에서는 맞벌이 가정의 어려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직장생활도 중요하지만 가정을 위해서 직장생활도 하는 것이 아닌가.

모든 일을 남녀가 동등하게 분담할 수는 없을지라도 가능한 범위에서 서로 함께 할 수 있도록 남성에게도 초등학교 시기부터 가사와 육아를 포함한 가정생활에 적극 관여하는 태도와 구체적인 방법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태도는 남녀평등 의식뿐만 아니라 우리의 어머니와 딸을 위하고 우리 자신도 위하는 길이다. 자신의 가정을 위해서는 맞벌이 여부에 무관하게 육아와 가사에 남성도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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