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일

한중대 총장

한국은 지난 반세기 넘게 남북이 대치된 상황에서도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엄청나게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현재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저출산에 대한 한국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보면 한국의 미래가 걱정된다.

왜냐하면 생태계에서 지속적인 저출산은 생존여건의 저하와 생존수요(신생아수)의 감소가 악순환 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미래가 안보·경제 외에도 저출산 문제의 해결여하에 달려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생존여건을 조속히 향상시켜 생존수요를 적정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약산마을과 호수마을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옛날, 근처 약산에서 약초를 채집해서 사는 약산마을과 근처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아서 사는 호수마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약산에선 약초가 적게 채집되고, 호수에선 물고기가 적게 잡히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두 마을의 대응방법은 정반대였다.

약산마을 사람들은 중지를 모아 토질을 개량한 결과 약초생태계를 복원했다. 또 유능한 사람들은 약초를 많이 채집할 수 있으나 개인당 최고 한도를 정하고, 노약자나 원거리 거주자에게도 기회를 배려했다. 즉, 생태계 유지관리를 위해 경쟁과 상생을 조화시켰다. 그 결과 약산마을 사람들은 예전처럼 잘 살았다고 한다.

반면, 호수마을 사람들은 수질을 개량하여 물고기 생태계를 복원하기보다 물고기 부족으로 인한 당장의 혼란을 우려하여, 줄어드는 물고기의 양에 맞춰 잡을 수 있는 양을 배정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잡을 물고기 양을 배정할 때 장비·거리 등 경쟁력을 중시하고, 노약자나 원거리 거주자를 배려하지 않았다. 즉 경쟁력만 중시했다. 그 결과,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고 경쟁력이 약한 사람들은 떠나기 시작하여, 마침내 호수마을은 폐허가 됐다고 한다.

여기에서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교훈은 ‘생존여건’이 생존수요의 증감 즉, 생태계의 존폐를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생존수요인 약초나 물고기가 줄어드는 것은 생존여건인 토질이나 수질이 점점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인식하고 토질을 회복한 약산마을은 다시 잘 살게 되고, 이를 간과한 호수마을은 폐허가 됐다.

두 번째 교훈은 생태계 문제는 집단의 ‘전체문제’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경쟁과 상생을 조화시킨 약산마을은 함께 잘 살게 되었고, 경쟁력만 중시한 호수마을은 함께 몰락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한국의 저출산 대응정책을 살펴보면 호수마을과 같다. 왜냐하면 사람 간, 지역 간 차이를 무시하고, 경쟁위주의 정책으로 ‘빈익빈·부익부’ 현상과 지역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하루 빨리 발상을 전환하여 약산마을 사람들처럼 생존여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과 경쟁과 상생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생존수요를 제고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생존수요(신생아수)의 제고를 복지가 아닌 생존차원과 전체 차원에서 접근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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