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남대천을 보면서

▲ 홍기업

전 강원도 환경관광문화국장

테임즈 강은 런던을 잉태했고 세느강은 파리를 잉태했듯 대관령에서 출발한 남대천은 강릉을 아우르고 있다. 남대천은 검은 고무신으로 모래무지와 꾹저구를 움켜 잡으며 강바닥을 휘저어도 굳이 1급수라는 물 맑기 같은 기준치를 덧붙이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 명경처럼 맑고 깨끗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남대천은 어떠한가!

얼마 전 남대천변을 자전거로 샅샅이 살펴보았다. 강물은 곳곳이 바닥을 드러낸 지 이미 오래이며 구석진 천변은 쓰레기가 널브러져있고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악취는 단오장 하천변에서부터 하류로 내려갈수록 더욱 심한 상태다. 더욱이 포남동과 송정동 일대는 강물로 표현하기엔 낯 뜨거울 정도였다.

며칠 전 강릉시가 1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4년여에 걸친 공사를 끝낸 남대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준공식을 보면서 강바닥이 말라붙어 명맥만 유지하는 남대천의 실상에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남대천의 생태하천 복원 사업은 당연한 것이었다. 100억 원이 아니라 그 몇 배가 든다 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물 없는 하천에 거금을 투자하는 생태 복원사업이란 도대체 무슨 소용인가!

지금도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남대천 수량이 급감한 원인은 강수량 감소의 기후 탓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오봉댐을 막은 데서 그 원인을 찾아야한다. 그렇다고 강릉시민의 상수원과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설치된 오봉 댐을 뜯어낼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강릉 남대천의 수량 확보 대안은 과연 무엇일까?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게 할 수도, 그렇다고 기우제로 해결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면 평창군의 도암댐 활용방안이 유일한 대안일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뜨거운 감자를 과연 누가 선뜻 받아 삼킬 수 있을 것인가. 도암댐 물에 대한 강릉시민의 거부감은 한때 하늘을 찌를 듯했다.

필자가 강원도 환경관광국장 재직시 한수원에서 방류되는 수질 개선을 위해 수질 정화장치를 설치해 시험가동까지 했지만 관련 지자체의 검증결과에 대한 수용거부로 인해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라 한다.

지금도 우리는 단연코 그 물을 받아들일 수 없는가? 제한적 유입의 유연성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인가?

이를테면 축산 분뇨 오염은 거의 해소된 지금, 고랭지 채소밭의 농약이나 비료성분이 감소되는 비 재배 시기인 겨울에서 초여름까지로 한정해 수질 정화장치 등 철저한 수질 감시를 전제로 시기별 제한적 유입의 허용은 어떨까?

여기엔 수질 관련 전문가와 강릉시민으로 구성된 감시 감독은 물론 반드시 한수원의 신뢰가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한수원은 전력을 얻을 수 있고 남대천엔 수량 증가로 인한 수질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100억원이 넘는 거금을 투입한 생태하천의 복원 사업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도암댐 수질 오염의 주범은 애초, 목장의 정화되지 않은 가축분뇨의 유입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는 고랭지 채소밭에서 흘러내린 비료와 농약 성분이 포함된 흙탕물이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무조건 안 된다는 경직된 사고보다 조금은 유연함에서 새로운 함수를 창출하는 지혜는 어떨까?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해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시민들과 어울려 남대천에서 은어 낚시를 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동계올림픽 개최 도시로서의 풍광을 갖추는 것은 우리의 몫이며 세계인으로부터 찬사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도 우리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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