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일

강릉원주대 명예교수

우리는 생존을 위해 거의 본능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며 그 과정에서 가족과 친척, 거주 지역에도 특별한 관심을 두게 된다. 특히 자기 지역의 발전은 개인에게도 이득이기 때문에 무관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간의 이해타산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경쟁의식이 지역 간에도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대형 국책사업이 계획될 무렵에는 각 지역에서 서로 유치하려고 각축을 벌이고, 선거철에는 이와 같은 사업에 관한 공약을 득표 활동의 일환으로 남발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 결과, 무리한 사업 시행으로 나중에 적자를 보거나 예산만 낭비하는 애물단지로 전락되는 사례도 경험한 바 있다.

지역의 균형 발전은 모두가 원하는 바이지만, 동시에 진행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연히 우선순위에 따라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공평한 것이기도 하다. 모든 곳에 똑같은 혜택을 동시에 부여하는 것을 평등이라고 여긴다면 아이들의 자기중심적이고 미숙한 사고방식과도 같은 것이다. 제한된 자원으로 어느 지역에 투자하면 다른 지역에는 지원 여력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강원도민은 장기간 정부로부터 홀대를 받아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늦고 투자도 후순위인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면적은 넓지만 산이 많아 개발에 어려움이 많고 인구도 적어 투자 효율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대도시로 유입되는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지역 주민은 감소되어 투자도 축소되는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다. 풍부한 관광자원을 활용하려면 주차시설과 도로망 확충이 필요하지만 수자원과 산림보호를 위해서는 환경 훼손을 최소화해야 하는 어려움도 무시할 수 없다. 근래에는 평창 올림픽 유치로 고속철 신설과 인근 도로망 확장, 각종 건물 신축 등의 시설 투자가 오래간만에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지역민들도 적지 않다.

집단 이기주의의 또 다른 예로는 병원이나 전철역, 큰 기업과 같은 좋은 시설은 언제나 우리 마을에 유치하길 원하는 핌피(PIMFY) 현상과 화장장,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 같은 혐오시설은 다른 곳에 건립하도록 요구하는 님비(NIMBY) 현상을 들 수 있다. 사망 후 화장률은 70% 정도로 상승하고 있는데 비해서 화장장은 아주 부족하여 며칠씩 대기하며 장례기간도 길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고, 쓰레기 소각장이나 매립장 부족으로 쓰레기 대란도 수시로 계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갈등과 불편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겠는가? 이동이 빈번한 현대 사회에서는 다른 지역에도 우리의 자녀, 친척, 친구들이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발전은 우리에게도 좋은 것이 아닌가? 더 나아가 우리는 후진국의 경제발전이나 아프리카 난민들까지도 돕고 있다. 하물며 같은 나라의 인접 지역, 이웃의 발전을 가로막을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 지역의 발전이 지역민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때로는 양보해야 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항상 무시당하고 양보하다가는 손해만 보게 된다는 피해의식에 젖으면 오해하는 수도 있다. 나부터 잘 살기 위해 욕심을 부리며 남을 끌어내리면 결국에는 자신에게도 피해가 돌아온다. 이웃이 잘 되어야 자신에게도 득이 된다. 먼저 양보하고 이해하면 상대방도 같은 방식으로 호응하게 마련이다. 도움이나 친절에는 상응하는 보답을 하려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항상 우선적으로 처리해주길 요구하기보다는 서로 양보하는 정신이 훨씬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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