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로

사회 부장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6·4)을 맞는다.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보수정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강조했던 박근혜 정부. 그러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사회를 뒤덮은 이슈는 북핵과 개성공단 폐쇄, ‘4대 사회악’ 등이었다. 이 가운데 ‘4대 사회악’은 다소 의외였다. 처음부터 이슈로 부상하지도 않았고, 관심을 끌지도 못했다.

과거 정부 때부터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처음엔 ‘사회적 긴장을 고조시켜 기강을 잡기 위한 액션 정도’로 이해했다. 검경 등이 4대 사회악 근절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을 때도 현장의 분위기는 다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생뚱맞다’는 반응이 많았다.

시민들도 “호들갑을 떨어서 될 일이 아닌데, 저러다 말겠지”하는 다소 냉소적인 분위기였다. 이런 와중에 미국발 대형사고(?)가 터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첫 방문지로 택한 미국에서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5월 15일 직권면직)이 대형사고(?)를 친 것이다. 대통령이 미국 의회 연설을 위해 밤새 머리를 싸매고 있던 그때, 윤 전 대변인은 그를 돕기 위해 선발된 인턴학생과 술을 마셨다.

그리고 성추행 추문에 휩싸였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문 연루 의혹은 역설적이게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4대 사회악’, 특히 성폭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새 정부 인사 1호로 꼽히는 윤 전 대변인이 ‘박근혜정부=성폭력 정부(?)’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며 ‘성폭력’ 문제를 이슈화 시킨 셈이다.

최근에 터진 육군사관학교 내 후배 여생도 성폭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지난 1일 범인이 검거된 대구 여대생 성폭행 피살사건도 국민들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으며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웅변했다. 성폭력 사건이 연이어 터지며 ‘근절’을 주창했던 새정부도 머쓱해졌다. 무엇보다 윤 전 대변인이 연루된 성추문 사건은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서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어쨌거나 성폭력과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등 박근혜정부가 규정한 4대 사회악은 반드시 극복돼야 할 국민적 과제다.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함께 종합적인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서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4대 사회악’만 척결되면 치안이 안정되고, 서민들이 두다리 쭉 펴고 잠들 수 있을까? 아니, 근절되기는 할까?

학교 폭력과 가정폭력, 불량식품, 성폭력 문제 등은 반드시 극복돼야 하지만 모든 범죄가 단일 범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특정 범죄에 한정된 인력을 쏟아 붓는 것은 오히려 역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방범용 CCTV가 설치된 아파트와 골목길을 절도범이 누비는데도 치안인력이 제때 미치지 못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애써 가꾼 농민들의 농작물이 없어지고, 애지중지 간직했던 서민들의 귀중품이 털리고, 밤늦은 귀갓길이 불안하다면 이는 정상적인 치안상태가 아니다.

일반 국민들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내 옆의 ‘안전’을 기대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모습을 바란다. 밤늦은 골목길을 울리는 경찰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린다.

그러나 아직 ‘우리 곁의 치안’은 멀게만 느껴진다. 우리사회의 다양성은 이제 어느 한 개인, 조직이 통제하고 분석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다양성에 상응하는 대처 능력이 필요하다.

치안도 마찬가지다. 다양하고 세분화 된 세상을 몇 가지 범죄 예방책으로 획일화 시킬 수는 없다. 세련되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구호에 치중한 치안정책은 일선 치안인력의 피로감만 높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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