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문제로 예술가 창작 힘들어
지속적 후원 통해 문화 키워야

지난 주 토요일 춘천몸짓극장에서 열린 영화기술시사회에 갔다. 영화시사회는 가봤지만 기술시사회는 처음이다. 영화에 대한 기술지식이 별로 없는 나에게는 적합한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영화를 만든 감독과 페이스북에서 하루에 한번 이상 만나는 관계이므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이미 관련 시사회를 마친 터라 고향에서 지인들에게 인사를 나누는 의미일거라는 짐작에서였다.

영화의 제목은 ‘시바, 인생을 던져’. 다큐감독인 이성규 씨가 극영화에 처음 도전한 작품이다. 제작상황을 생중계하듯 인도에서의 촬영소식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그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제법 입력된 상태에서 호기심도 적지 않았다.

마음 한편에서는 ‘제작에 돈이 많이 드는 극영화를 왜 만들려고 하나? 다큐나 잘하지.’ 하는 의구심, 그리고 어떤 식으로 만들었을까? 궁금증이 쌓여 있었다. 프리랜서인 그는 열정 넘치는 다큐감독으로 인도 티벳 등 오지를 내집 드나들 듯하며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늘 가난해 보였다. 거대한 자본구조에 속하지 못한 그의 작업은 언제나 기존질서와 싸우는 일이다. 지난해 제법 투자를 받아 심혈을 기울인 다큐 ‘오래된 인력거’도 영화관 상영을 시도했지만 흥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늘 하고 싶은 것은 많으나 돈이 없어 애태우는 모습을 접하며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사람이다.

어디 이 감독뿐인가? 춘천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우예주와 뉴욕에 있는 그의 음악친구들을 초청해 지난주 춘천과 태백에서 연주회를 주관한 노영일 씨도 늘 셈이 잘 안되는 사람이다.

이번 행사도 왜 하는지, 본인에게 무슨 득이 있는지 잘 알 수 없었고 음악회에 사람을 초대하느라 애를 태우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돈을 안 받고 초대하는데도 적지 않은 말품과 발품을 파는 것이 답답했다. 지역출신 예술가 한명을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상황은 막막하기만 했다.

최근의 이 두 사례는 내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문화와 예술은 늘 이렇게 셈이 잘 안맞는 일인데 이런 일에 공감을 찾는 방법은 무얼까? 하는 고민이 깊어진 것이다. 이런 일들에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예술가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되도록 후원을 하는 것, 이 일에 관심을 갖고 여러방법의 시도를 해오고 있지만 점점 더 자신감이 없어지고 있는 시점이어서 그런가보다.

큰 힘이 되어줄 재원은 없어도 시민들이 마음을 모아 예술가들이나 그들의 문화활동을 지원하고 그로부터 시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일은 꿈같은 일인 것만 같다.

봉건사회에서는 귀족들이 예술가들의 주요 후원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취향에 맞는 예술이 탄생했다.

또 현대자본사회에서는 자본이 지원을 넘어 예술을 지배를 하고 있으며 자본이 팔고 싶어 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

자본의 틀에 놓이지 못하는 예술을 지원하기 위한 공공기금들이 있지만 이런 제도들이 그것을 필요로 한 사람들과 간격이 있다. 공공기금들도 정치적인 틀에 예술을 끼워 넣으려고 한다.

문화 민주주의라는 말도 있듯이 문화가 보다 일상화되기 위해서는 시민 관점의 지원이 필요하다. 예술가들을 돕고, 문화프로그램들을 지원하는 풀뿌리 후원 제도가 자리 잡아야 한다.

작은 돈이지만 지속적으로 재정지원을 하고, 후원회를 만들어 창작활동을 함께 지켜보는 등의 활동은 문화의 숨통을 틔운다.

거창한 후원이 아니라도 돈을 내고 표를 사거나 책이나 그림을 돈 주고 사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자.

공짜표만 찾지 말자. 또 공짜로 공연을 보거나 책을 받았다면 기회를 보아 작은 후원이라도 하는 마음을 갖자. 그 마음이 예술가를 키우고 지역의 문화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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