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문순

지사

지난 6일,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골자로 한 북한의 대화 제의와 우리 정부의 즉각적인 수용에 대해 300만 내외 강원도민과 함께 뜨거운 환영의 뜻을 표한다. 그간의 남북관계 파행, 금강산 관광 중단은 우리 강원도민에게 너무나 길고 막막한 고통의 시간이었다. 따라서 이번 대화가 양측에서 서로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진행되어 좋은 결론을 내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

기실, 그간 남북간의 관계가 단절된 것은 무슨 특별한 사안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실체 없는 오해와 양쪽의 자존심 세우기로 어긋나게 되었다고 본다.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일은 얼마나 어리석고 안타까운 일이겠는가. 어렵고 힘들게 재개되는 교류인 만큼 남북대화에 경험도 많고, 또 그동안 신뢰가 쌓인 사람들을 내세워서 실질적인 성과들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남북문제 만큼은 정치적 당파와 이해를 떠나 큰 틀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외교나 국방 같은 분야를 제외하고는 다양한 수준에서의 교류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사실 남북의 분단 상태는 우리네 유구한 역사에 비춰 금세기에 겪는 특수한 현상인 것이고, 또한 현실적으로도 분단은 남북 양측에 이익보다는 손실을 더 많이 주는 폐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장 금강산관광 중단이나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도 있지만, 양측 국민들의 인문적, 기술적 상상력이 좁아터진 국경이나 이념 수준에 가둬놓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지평을 넓혀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통 큰 양보와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북한의 제안은 여러모로 진정성을 갖고 그동안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 이상을 건의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동안 남북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지만, 북한은 6·15 선언까지 거명하였다. 사실 남북관계에 관한한 ‘6·15선언’의 5개 항의 합의 내용만 잘 이행해 나간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만큼 잘 정리돼 있다. 요는 이러한 원칙에 입각한 실무자들이 진정성을 갖고,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그동안 ‘평화가 돈’이라는 점을 피력해 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지하자원과 동해안 어로 자원이 헐값으로 남획되고 있는 형편이다. 장차로 남북관계가 풀리면 강원도의 ‘철원평화공단’과 ‘설악산∼금강산’을 잇는 관광특구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특히나 철원평화공단 개설문제와 시베리아 횡단 철도 연결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공약으로도 적시돼 있는 만큼 전향적인 검토와 힘있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 강원도는 지금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 2014년 제12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UNCBD·UN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당사국 총회 개최 등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웅비(雄飛) 기운’을 받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이명박 정부 5년간 남북관계의 파행으로 국민과 기업, 강원도민의 상처가 곪아가고 있다. 이제 정부가 나서서 그들의 눈물을 씻어줄 때이다. 그런 면에서 남북관계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중국의 도약과 함께 일본의 재기 증후가 눈에 띄는 요즘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성장활력은 우리가 찾아내고 만들어야 하는 절대 절명의 과제가 되고 있다. 이번 남북대화 재개가 양측의 쓸데없는 소모와 고통을 줄이고 장차로 대륙국가로 진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는 비단 나 혼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모진 역사에서도 반만년을 이어온 우리 민족의 저력을 믿는다. 양측 당국과 실무자의 열정과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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