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응철

수필가

인사를 했을 때 받는 둥, 마는 둥할 때 나이와 상관없이 기분이 소하다.

인사는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인사가 아닐까! 자기 외모의 반을 구부려 인사를 할 때 상대편의 반응이야말로 기분을 좌우한다.

어제였다. 서울서 진객 몇 분이 춘천을 찾아 정중히 모셨다. 계절은 마치 덜 떨어진 팔삭둥이가 완장 하나 차고 부모형제를 마구 잡아들이는 어느 영화처럼 초여름인데도 수은주를 30도 이상으로 부쩍 끌어올려 남녀노소 모두를 찜통에 쳐 넣어 6월을 무색하게 하니 어인 일인가! 뭐니뭐니해도 춘천의 별미는 막국수 닭갈비가 아닌가. 손님들을 평판이 높은 막국수 집으로 자신있게 안내할 무렵이었다.

“3호 손님! 어서 오세요. 고맙습니다.”

방이 났나보다. 사장님은 항상 고고지성으로 인사를 하는 분으로 소문이 났다. 정신이 버쩍 난다. 무표정한 손님들 얼굴이 갑자기 업되어 웃음을 자아낸다. 화기가 돈다. 와-. “어서 들어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계속 사장님은 문간에 서서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계산서를 정리하며 손님을 맞고 보낸다.

인근이 외곽도로라 주로 외지손님들이 많다. 제비집처럼 방이 오순도순하다. 크레이티브의 정신이 이집 막국수를 새롭게 선보인다. 고명으로 메밀 싹이 최근 웰빙바람을 타고 마치 영월 한반도 같은 동치미 국물 한가운데서 배시시 몸을 틀며 애교를 부린다. 손님을 유혹한다. 맛깔스럽다.

어디 그뿐인가!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이면 절편이나 부침 약간이 서비스로 손님의 비위를 맞춘다. 달게 입에 넣는다. 메모장을 내밀면 법적인 노인은 계산대에서 몇 프로 할인까지 배려한다. 고고지성으로 떠나는 손님께 인사를 하고 메밀싹 진액을 손님 수대로 몇 봉지씩 안겨주니 낯선 메밀싹 농축액이라 받고 모두는 기분이 상쾌하다.

곁에서 누군가 이분이 춘천 막국수 회장님이라고 수군거린다. 진객이 동치미 국물에 반해 자리에서 일어서서 첫사랑 애인을 돌아보듯 미련이 앞서 국자로 다시 퍼마신다. 기분이 훨씬 업그레이드 되어 손까지 흔들며 떠나는 진객(珍客)들 뒷모습을 바라보며 큰 돈 들이지 않고 생색낸 막국수집이 고맙기 그지없다.

-(큰 소리로) “안녕히 가쉐요! 고맙습니다아-.”

-(더 큰소리로) “안녕히 계세요! 감솨합니다.”

폭염에 아랑곳 없이 어느새 기쁨이 스멀거린다. 아까부터 힐링의 순간들을 인내하다가 결국 참을 수 없어 나 또한 한마디 고고지성으로 화답한다. 주위에서 킥킥댄다. 웃음꽃을 피운 여름날 춘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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