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희

수필가

오늘도 속초 노인복지관은 즐거운 하루다.

나날이 발전하는 정부시책에 힘입어 각 지역 노인복지정책은 나이만 쌓아가던 노인들에게 많은 도움의 역할을 한다.

탁구교실 출입문을 ‘스-윽’ 열면 매캐한 땀 내음이 먼저 미소로 반긴다. 60∼70대 이상 노인들이 청소년들에게 “너희들은 물렀거라”하는 자신감으로 탁구대를 쫙 둘러싸고 즐거운 전쟁터를 만들고 있다.

나는 3개월 전 탁구장을 찾은 얼떨떨한 신입생이다. 낯선 곳이라 출입문을 살짝 열고 들어서니 희끗희끗한 머리의 탁구선수들이 탁구공 때려 날리거나 순번 대기자들로 꽉 찼다. 눈치만 살짝 보려고 들렀는데 가슴이 두근거렸다.

“누구 찾아 오셨어요?” “어떻게 오셨어요?” 낯선 나를 보고 물어 보는 것 당연하지. “아니에요, 그냥 좀 와 봤어요.” “탁구 치려고요?” 서먹서먹한 마음을 달래는 순간 반가운 함 선생님이 손을 흔들며 내 쪽으로 온다. “잘 오셨어요. 이젠 좀 운동 적당히 하세요.”하며 회장님과 총무에게 인사부터 시켜준다. 회장님 힘찬 글씨체로 회원 명단에 내 이름석자 적어주시니 고마웠다.

속초시 노인 복지관은 노인들 건강뿐만 아니라 즐거운 삶을 위하여 다양한 용도의 목적으로 신흥사에서 관리와 스님께서 관장의 임무를 다 하고 계신다. 노래교실에서 아름다운 멜로디가 울려 퍼지고, 당구장에서 ‘따다닥’ 공들의 다툼소리, 건강교실에서 물리치료와 안마 기계 ‘덜덜덜’, 묵화 붓글씨교실에서 은근히 풍겨 나오는 묵향, 바둑교실에서 무기의 바둑알 내세워 무언의 전쟁, 1층 식당에서 된장찌개와 생선구이 냄새 퍼뜨려 먹어야 산다며 ‘땡땡’ 점심시간 알려주고, 학창시절을 놓쳐 이제라도 한글 배우는 안타까운 늦둥이 학생 등 이십여 종이 넘는 무료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가는 세월 아쉬워하는 노인들 하루하루의 보람에 대한 정말 고마운 배려인 것이다.

탁구교실은 연중 시·군은 물론 도와 전국 노인복지관 탁구대회에서 받아온 우승기, 트로피, 상장들로 전국에 속초 노인복지관을 밝은 빛으로 자랑한다.

오늘도 바지 뒤 방귀주머니에 이천 원을 준비해 왔다. 게임에 지면 커피를 내야하니까. 복식게임은 팀 구성을 위한 가위, 바위, 보부터 신중하다. 손바닥에 침 퉤퉤, 귓뒤에 주먹 감췄다 펴며 “가위 바위 보”를 외치는 손바닥 요술 보이기. 게임의 승패후유증. “와~ 오늘도 쌈지 밑천 살았다.”약을 올리는가 하면 “에이~ 오늘은 재수 없는데.” 통쾌와 억울한 커피한잔씩 주변사람들도 홀짝홀짝 얻어 마신다. 오늘 양보한 팀에서는 “내일 어디보자 꼭 복수 할 테니” 승리의 복수전을 다짐한다. 모두 국제 올림픽 청소년 탁구 선수 같아 잘한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쩌다 화가 난 공 데굴데굴 굴러 저쪽 동네가 숨어도 쫓아가 엎드려 공 찾기도 허리운동으로 생각하며 미소로 잡아온다.

칠십년이 넘도록 걸어온 희비애락의 인생길, 저 높은 하늘의 별을 따기 위해 서두를 필요 없다. 보람된 매일이 계속 이어져 기쁜 오늘 마음에 품고, 희망의 내일을 손바닥에 알차게 받아 한사람도 낙오자 없는 속초 청춘복지관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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