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말이 있다. 홍수로 불어난 빠른 물에 소와 말이 빠지면 소는 사는데 말은 죽는다는 뜻이다. 말은 자기자신이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물을 거슬러 올라가려 힘쓴다. 아무리 힘이 좋아도 말이 물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거늘 방종하게 행동하다 결국 제 꾀에 죽게 된다는 것이 우생마사의 교훈이다.말처럼 내 힘으로 이기려고 할 때는 죽고 소처럼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면 산다는 뜻을 전하려 할 때 인용된다.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핫이슈에 ‘영남제분 불매운동’이 올라왔다. 방송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난 5월, 여대생 청부살해사건 주범 영남제분 회장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편을 방송했고 지난 주말에는 그 뒷이야기를 방송했다. 요점을 정리하자면 무고한 여대생을 청부살해한 사모님이 허위진단서로 병원특실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전편이었고, 그 남편 회장님이 PD를 만나 전편 방송으로 영남제분 주가가 떨어졌으니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부탁으로 시작한 것이 후편이었다. 그 회장님은 우생마사의 말(馬)을 떠올리게 한다. 마음 속 진정한 반성보다는 자신의 이익이 우선인, 대세의 흐름을 외면하는 왜곡된 이기심이 교만한 말과 같이 자멸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자식을 잃었다는 것은 참혹하기 그지없는 슬픔 참척(慘慽)인데 그 죽음이 너무 억울하기까지 하면 부모로서는 이성을 잃을 일이다. 사고 수습과정이 부당함으로 일관한다면 기함해 누울 일이다. 죽은 여대생의 아버지가 세상과 연을 끊고 사고 후 홀로 시골에서 칩거해 왔다는 사실이 자식 잃은 슬픔의 무게를 느끼게 해 준다.

살인죄 사모님이 감옥 대신 병원 특실생활을 한다는 죽은 여대생 아버지의 제보가 ‘그것이 알고 싶다’팀에 의해 파헤쳐지고 보도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졌고 네티즌들이 거기에 힘을 보탰다. 딸의 죽음이 늘 억울했던 아버지의 십년 넘은 노력이 결실을 본 셈이다. 표준어 사전에서는 ‘언론(言論)이란 매체를 통하여 어떤 사실을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이라고 말한다. 언론이 아버지 가슴 속 간절한 바람인, 인권을 존중하는 일 ‘정의’를 세상 밖으로 살려냈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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