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영승

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행정학박사

개 같은 놈. 무슨 기준으로 이런 욕을 할까?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사유(思惟)와 언어(문자)가 기준일 것이다. 짐승도 고통을 느끼고 진화하며 어느 정도의 말이 있지만 인간과 비할 바가 아니다. 인간만의 능력으로 선악 시비 진위 등의 가치를 판단, 선택하는데 그 것이 잘못됐을 때, 특히 남에게 해를 끼칠 때는 이런 욕을 듣게 된다.

동물은 프로그램(DNA)에 따라 행동하기에 가치가 개입될 수 없다.

‘개보다 못한 놈’의 주된 이유는 배신이다. 개는 배신을 모른다. 반면 인간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얼마나 변화무쌍한가? 감정이입, 이심전심같은 사유능력이 올바른 방향으로만 발현되면 욕먹을 일이 없다. 우리는 병든 개나 시든 화초를 보면 가슴 아파한다. 길에서 개미를 보면 피해간다.

우리는 사유의 폭을 얼마든지 넓힐 수 있다. 신을 믿으면 믿는 대로, 안 믿으면 안 믿는 대로 인간은 모두 종교인이다. 인간은 죽음의 공포 등 여러 이유로 절대자를 좇는다.

종교인에게 절대자는 신이고, 철학자에게는 학문이고, 범인(凡人)들에게는 가정일 것이다. 각자 나름대로 구원의 길을 가는 것이다. 절대자는 전지전능하며 완전하고 자유롭다.

인간이 상정한 절대자의 이런 모습에 바로 인간해방의 길이 있다. 병든 개에 눈물짓는 것은 우리에게 이해 배려 연민 동정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과 감성이 절대자로 가는 길이다. 이런 가치에서 멀어질수록 동물이하로 추락한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말은 법의 지배원리, 민주주의의 원리, 자연법 사상에서나 맞는 말이지 현실에서는 아니다. 사람도 품질, 등급이 있다. 1∼5등급 정도로 나누면 어떨까? 등급의 기준은 배려, 사랑 등이다. 1등급은 마더 테레사 같은 사람, 2등급은 이타행(利他行)을 하는 사람, 3등급은 남에게 손해 끼치지 않는 사람, 4등급은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람과 부작위범(不作爲犯), 5등급은 흉악범들이 아닐까? 4∼5등급의 인간들은 ‘개만도 못한 놈’이라는 욕을 먹을 것이다.

우리는 보면서 배우고 욕하면서 닮는다. 한 사회의 문화가 형성되는 원리다. 장강(長江)의 뒷 물결은 앞 물결보다 맑지만 인간사는 꼭 그렇지 않다. 올바른 제도와 문화 등으로 좋은 본보기를 보여야 뒷 물결이 앞 물결보다 맑아진다. 어떤 사람이 되는가는 그가 경험한 가치와 그에게 기능을 부여하고 이행을 기대하는 사회적 역할에 의해 결정된다. 문화는 오랜 세월 축적돼온 삶의 양식으로 우리의 욕망과 꿈을 결정하고 실현하는 데 본보기가 된다. 이 본보기에서 벗어나면 비난을 듣고, 때로는 처벌된다.

인간은 물질-인간-절대자에 대한 희구로 시선을 옮겨간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은 권력과 부, 성적(性的) 만족을 얻기 위한 충동과 갈등에 시달리는 존재, 인간세상은 투쟁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다고 설파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얻을 수 없으며, 100% 만족할 수도 없다. 물욕은 단순하기나 하지 인간관계에 기초한 친애욕(親愛慾)·권력욕·명예욕 등은 상처주기 십상이다.

남녀의 사랑은 더욱 충동적·배타적·가변적인데다 만족이 어려워 갈증, 갈등을 유발한다.

공권력은 사회를 지탱하고, 명예는 인격수양을 전제하지만 희소성으로 인해 갈등과 분쟁의 도화선이 된다.

불완전하고 유한한 인간은 절대자를 통해 불편한 현재를 극복하려하고 안녕을 희구하지만 쉽지 않다.

시몬느 보봐르는 ‘제2의 성’에서 “진정한 초월은 미래로 향한 적극적인 전진뿐이다. 가짜 영웅은 자기가 하늘 높이 날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 항상 뒤돌아보고 발밑을 살핀다”고 지적했다. 결국 삶의 근거는 현재이고 나는 몸뚱이를 버릴 수 없기에 현실에 발을 딛고 전진할 수밖에 없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인간의 일생은 자기에게 도달하는 길, 자기실현의 길”이라고 했다. 부처님은 “인간의 주인은 그 자신이다. 인간의 운명위에 군림하는 존재나 권력은 없다. 인간은 자신이 자신의 안식처다. 다른 누가 안식처가 되겠는가?”라고 하셨다. 자기실현, 안식은 이기심으로는 이룰 수 없다. 이기심은 갈증만 유발한다. 배려와 사랑이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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