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영

영서본부 취재 부국장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초단체 지방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가 온통 관심사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인사라면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열심히 손익 계산을 따지고 있을 것이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난 대선에서 여·야 대통령후보들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것으로 새삼 공천제 폐지 문제가 정치 이슈가 될 사안이 아니건만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많은 의원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약속한 만큼 지키면 되는 것을 여당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를 다음 달말까지 매듭짓겠다고 약속하는 등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과 한 약속인 만큼 여·야 모두 내년 지방선거부터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처럼 정당공천제 폐지가 줄곧 정치 이슈가 되는 것은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며 지방 정치가 패거리 정치로 인한 폐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선거때만 되면 어느 후보는 누구 줄을 잡았으며 누구는 공천대가로 얼마를 갖다 줬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악성 루머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 공천을 미끼로 중앙 정치권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현실에서 지방자치가 추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기대하기는 요원한 일이다.

정당공천제 폐지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공천을 없애면 지역 토호세력들이 돈 선거를 통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정치신인들이 설자리를 잃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나름대로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같은 이유는 허울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을 줄세우고 자신들의 수족처럼 부리려는 중앙 정치권 인사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으로 미뤄 짐작한다.

정치와 관련있는 인사들은 현행 선거법이 얼마나 무섭고 감시가 철저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텐데 누가 감히 돈선거를 통해 표를 얻으려 할 것인가.

‘민주주의 꽃’이라 불리는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이같은 현실을 인정하고 중앙 정치권에서 과감히 기득권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얼마 전 원주시의회가 원주시의 문막화훼관광단지 출자안 처리를 놓고 보인 전형적인 패거리 정치 현실을 똑똑히 보았다. 의원 개인의 의지와 지역발전이란 명분은 철저히 무시된 채 당론이란 이유로 두차례나 부결시킨데 이어 마지막까지 정회를 통해 당론을 정한 후에야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을 새삼 느꼈을 것이다.

자치단체장이 자신들과 당이 틀리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움이 될 것이란 정파적 이해를 앞세운 탓에 유권자인 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가 계속되는 한 이같은 부작용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중앙정치권은 지난 1995년 지방자치선거때 기초자치 단체장 후보의 정당 공천을 도입한 후 부작용이 끊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2006년 기초의원 선거마저 정당 공천을 도입해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완전히 종속시켰다.

그 결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마저 ‘편 가르기’식 오염된 정치문화로 전락시켜 민주주의 꽃이 제대로 피지도 못한 채 시들게 생겼다.

이제라도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이기심을 버려야 할 때다.

국민들도 자신들이 뽑은 선량들이 정파적 이기주의를 떠나 지역발전과 국민들만 바라보는 정치를 할 수 있게끔 따끔한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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