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안창호 선생은 ‘사람들의 성격이 모두 나와 같아지기를 바라지마라 매끈한 돌이나 거친 돌이나 제각기 쓸모가 있는 법이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범인(凡人)들은 가능한한 거친 돌의 존재도 인정하고 그 돌이 가진 거침도 이해하려 애쓴다. 그런데 가끔은 거침의 도가 너무 지나칠 때는 이해의 폭을 넘어서서 우리를 불편하게 함을 느낀다. 정치가들의 무례하고 조악한 막말이 전형적인 이 경우이다.

책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에는 철학자 하이데커의 연인이었던 독일태생의 유대인 사상가 한나 아렌트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2차 대전 중 유대인 학살의 책임자였던 아이히만을 향해 “당신의 죄는 ‘사유의 불능성’, 그 중에서도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이다”라고 말한다. 지도자가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숙고 없이 말을 하는 것은 죄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중한 일임을 말한다. 사태파악능력이 부족한건지, 인격이 못미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심 때문인지 시비를 구별 못하는 정치인들, 그들은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은 지혜의 극치다(是非之心 智之端也)’라는 맹자의 말에 비쳐보건대 어리석기 그지없는 사람들이다.

인류학자들은 ‘언어’는 인간 행동과 사고의 틀을 만드는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들은 적절한 곳에서 적절하게 말하기를 늘 배워왔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럴 때 즉 언어자정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침묵이 최선이다, 그런데 막말 당사자는 그 침묵의 소중함조차 인식 못한다. 인간사 할 말을 못해서보다는 말을 해 버렸기 때문에 잘못되는 일이 훨씬 많은데 그것을 깨닫지 못해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귀태 발언에 이어 이해찬의원 막말이 시끄럽다. 맞고 안 맞고 여부와 상관없이 해악하고 천박한 막말은 혼탁한 사회 조성의 원흉이 될 수 있다. 자기가 한 말은 영원히 꼬리표처럼 자신을 따라다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잘못 뱉어진 말일수록 파워가 있어 그 말 이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없음도 명심해야 한다. 언제 꺼내보아도 당당하고 품위있는 말로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국민을 막말에 박수칠 정도로 생각했다면 오판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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