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홍식

강릉원주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그릇된 역사관으로 곡학아세하는 지역출신 교수들은 대학을 떠나라”, “지역인구 감소의 주원인인 학과 이전을 철회하라” 등의 구호들이 시가지를 도배하고 있다.

난국 가운데서 지역과 대학이 상생하는 발전방향을 찾으려는 시도는 지역대학의 사명을 다시금 되새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구조조정이란 교육을 통해 국제적 경쟁력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대학을 전환하는 것이다. 또한 지원자들이 쉽게 학과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학문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지역인구가 감소되지 않고 지역 주민이 사랑하며 관심을 표명하는, 그러면서도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받지 않는 상생의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대학이념의 구체화(교육활동의 강화)이다. 대학의 사명은 흔히들 교육·연구·지역사회봉사의 3개 기능을 들고 있다. 대한민국 400여개의 대학이 하나 같이 위의 3역할에 충실할 필요도 없으며, 실제 그러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동네 지역대학의 역할은 어디에 둘 것이며, 우리대학은 어느 기능에 더 강조를 둘 것인가’ 하는 것이 구조조정 방향의 첫 과제가 될 것이다.

만약 교육기능에 초점이 맞추어진다면 여기에 따라 교육과정과 내용 등이 구체화 될 것이며, 대학교수를 평가함에 있어서도 연구물보다는 학생교육에 더 열심인 교수가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400여개의 대학 중 연구기능을 수행하는 대학은 어쩌면 10%정도로, 사회봉사기능 강조대학 10%, 기타 70~80% 정도의 대학은 학생 교육에 강조를 두는 것도 구조조정의 장기적 정책 과제가 될 수 있다.

양질의 대학 교육은 심오한 학문연구 결과라는 점을 결코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여도 취업이 용이치 않은 현실에서 어쩌면 교육의 강조는 연구보다 더 중요한 기능일 수 있다.

둘째, 대학 구조조정은 대학내의 유사·중복학과를 통합 조정하는 것이다. 예로 A대학에 토목공학과가 있고, 이와 유사한 해양토목건설학과가 동시에 개설되어 있다면 학문의 정체성 차원에서 구조조정의 제 1대상이다.

교과목에 토목학이 있는데 비해 해양토목학이 있다고 하여 별개 과목이고, 별개 학과라고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이다. 대학진학자 또는 수요자의 시각에서 학과 구분이 손쉽게 가능토록 배려하는 것도 공급자 대학 또는 甲의 정신이 되어야 한다.

셋째, 지원자가 미달하는 학과의 학생수 축소가 구조조정의 방안일 수 있다. 초등학교 학령인구의 지속적 감소는 대학진학률을 낮게 하고, 이는 대학평가지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지난 3년간의 대학 지원율을 평균하여 매년 10%의 정원을 축소 조정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지역사회의 지역대학의 지원강화 협의체 구성이다. 지역 국립대학은 국립대학으로서의 사명 즉, 사립대학이 감당하기엔 효과성이 적은 기초학문분야를 견지하며, 동시에 지역사회발전의 지식원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사회는 지역대학이 다른지역 대학보다 더 좋은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대학장학금의 확충, 연구기금의 확보 등 관련지원체계를 강화하여 명문대학으로 거명될 수 있도록 협의체 구성이 요구된다.

지역대학이 명문대학이 되면 거기에 따라 타 지역인구가 자연스럽게 흡입될 수 있어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학 구조조정의 본질과 방향을 논하면서 학과 이전이라는 대안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 지역으로 타지역의 학과를 옮겨오겠다는 안에 대해서는 뭐라하지 않겠지만, 이전해 가겠다는 사안에 대해서는 지역사회가 반대할 수밖에 없다.

시장, 국회의원 또한 지역사회 지도자로서의 역사인식을 의심받기 때문에 단 하나의 학과 이전안에 대해서도 동의가 불가능한 것이다.

어쩌면 강릉지역은 강릉 캠퍼스에 있는 학과를 중심으로 통합 조정 및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원주지역은 원주캠퍼스에 있는 학과의 존립을 전제하여 발전방향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 대학구조조정의 현실적 혜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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