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은 쟁취하기도 힘들지만 유지관리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과정 속에서 정치인들은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실력으로 승부를 걸기보다는 실력외의 것으로라도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발상이 바로 그 그릇됨의 요체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알릴 필요 없는 사소한 것까지 문자로 홍보하며 생색내기에 열심인 이유가 없을 테니까 하는 말이다. 자화자찬의 메시지는 감동을 주지 못함은 물론 좋은평가와 하등 상관관계가 없다.

노자는 지도자의 4가지 등급을 이야기한다. 최하위 등급은 모지(侮之)의 리더로 아랫사람 깔보기를 잘하는 리더 그는 최악이다. 그 다음은 외지(畏之)의 리더로 부하들을 떨게 만드는 리더이고 그 위의 단계는 예지(譽之)의 리더로 부하들이 칭찬하는 리더이다. 마지막으로 노자가 꼽는 최상의 리더는 유지(有之)의 리더이다. 즉 지도자가 그저 있다는 정도로만 부하들이 인식하는 리더 그가 최고 리더라는 것이다. 책 ‘3분 고전’에 나오는 글이다. 덕망이 높아 사람들의 사표(師表)가 된다는 덕위인표(德爲人表)의 리더는 계산과 술수 없이 자신의 역할을 큰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수행해도 드러나게 되어 있음을 말한다. 작금의 현실은 오버다 싶을 정도로 정치가 과잉이다. 막말로라도 존재감을 알리는 시대에 유지의 리더가 베스트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고 느낄지 모르나 어떤 정치인이 되겠느냐는 정치인들이 선택할 몫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지만 웬만큼의 노력으로는 위기를 기회로 삼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위기는 절박함이 해결방법에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답을 찾으려는 욕구가 강해지면 질수록 실현 가능성도 더불어 상승되기 때문에 전화위복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은 위기극복 의지를 대전제로 한다. 즉 위기를 떨쳐낼 마음이 없으면 위기는 언제나 위기일 뿐인 것이다. 박 대통령의 강원도 대선공약 대부분이 실현의 관점에서는 위기라는 것이 중론이다. 강원도 정치인이 이 위기를 진정 내 자신의 위기로 절감하는 순간, 그 순간이 좋은 평가를 향한 작위적인 메이킹에 갈급할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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