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돌이 안 된 아기들에게 잘생긴 얼굴과 못생긴 얼굴의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아기들이 잘생긴 얼굴에 더 오래 집중했다는 연구가 있다. 외모가 훌륭한 사람을 볼 때는 덜 예쁜 얼굴을 볼 때보다 성인들의 뇌 혈류량이 변화했다는 연구도 있다. 예쁜 것을 추구하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일임을 증명하는 사례들이다. 관계가 강조되는 사회에서 남녀 모두 ‘외모 프리미엄’이 있음을 주장하는 실험도 꽤 많다. 미모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분석한 책 ‘미인 경제학’의 저자 대니얼 헤머 메시는 ‘외모는 돈이고 실력이다’라고 결론내린다. 따라서 개인이 외모에 투자하는 것은 자신의 발달을 위해 매우 타당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나이 불문 남성의 이상형은 오로지 예쁜여자라는 우스갯소리를 차치(且置)하고라도 같은 조건이라면 외모가 기회를 부여받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인식이다. 남녀노소 외모가꾸기에 열심인 사회적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일에는 양이 있으면 음의 측면도 있는 법, 외모지상주의가 도를 넘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섹시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졸지에 유명인이 된 클라라나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노출을 마다않는 영화제 참석 여배우는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천박함이다.

차인표가 아내 신애라에게 쓴 편지에는 ‘당신은 몸매도 착하고 얼굴도 착하고’라는 말이 나온다. 원래 ‘착한’이란 어질고 선함을 일컫는 형용사이지만 얼굴 앞에 착한은 ‘아름다운’을 의미하는 수식어이고 몸매 앞의 착한은 ‘섹시한’을 표현하는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착한’은 찬사를 보내는 수식어로 모든 명사 앞에 붙어 다양한 뜻으로 통용된다. 일례로 ‘착한 업소’ 하면 질에 비해 가격이 싼 가게를 일컫는 말이다. 예쁜 것을 ‘착한’이라는 용어로 대신 쓰는 것에는 센스가 돋보인다. 예쁜이라는 단어에서는 외형적인 미(美)만 느껴지지만 착한이라는 용어에는 보여지는 미(美)와 마음 속 선(善)의 의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최근 꾸미는 남성들이 늘면서 남성용 보정속옷이 잘 팔리고 있다한다. 내면보다는 남에게 비쳐지는 겉모습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이 세태가 처절하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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