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규 한림대 경영대학장

한국분권아카데미 원장

해외에 나가 있으면 대한민국이 더 잘 보인다. 외국 여행을 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게 되면 우리가 살던 한국의 여러 모습을 더 깊게 살펴보게 된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다른 문화권에서 일상생활을 하게 되면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게 되고 자신의 부족한 면도 쉽게 발견되어진다. 필자는 평상시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자주 하는 편이어서 한국에 있을 때 보다 외국에서 시간을 보낼 때 나 자신을 더 살펴보게 되고 자신의 부족한 면이 더 잘 드러남을 알게 된다. 지난 달 학회 참석차 유럽에 일주일간 머물 기회를 가졌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나에게 기다림은 정말로 고역임을 경험하게 되었다. 동행한 한국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음식점과 찻집에서의 기다림은 정말로 인격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조용히 남의 말을 경청하기, 서서 담소하기, 시끄럽게 말하지 않기, 교통질서 지키기, 여유있게 걷기, 웃음지으며 인사하기, 새치기 않기, 팁주기, 먼저 인사하기 등등 우리에게 어색한 것들은 한 둘이 아니다. 옛날에는 이런 것들은 정말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그것이 나의 수준이고 우리의 문제고 국민성이고 민도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번 학회는 400여명의 회원들이 일주일간 같이 생활하며 시간을 함께 보내는 학회여서 서로서로가 잘 드러나는 그러한 기회였다.

잘 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이 경쟁의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부족하고 못하는 것을 고치고 잘 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원리다. 못하는 과목의 성적을 올려야 평균점이 올라가는 것이지 잘 하는 과목 조금 더 잘 해봐야 성적에는 큰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어떠했던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빨리빨리’의 전도사인양 인생을 거칠고 빠르고 여유 없이 앞만 보고 살아온 우리가 아닌가. 잘 사는 것이 물량적(남보다 많고)이고 속도적(남보다 빠르게)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오늘에 이른 우리에게 이 시간 생각할 점이 무엇인가? ‘무엇을 더 성취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의식이다. 겸손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성취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 우리에게 정말로 채워야 할 것을 고민하여야 할 점이다.

정치인의 정치도 한심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도 문제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매우 분명하다. 배려, 여유, 인정, 느긋함, 협력, 긍정, 경청 그리고 자유로움이다. 정치는 배려부족, 경제는 협력부족, 사회는 여유부족, 문화는 자유부족으로 우리는 부족사회다. 2%같이 보이는 이런 점들이 효과는 200% 짜리다. 사회의 근저를 구성하는 교육, 종교, 시민사회가 총체적 딜레마에 젖어 있어서 생기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물과 존재를 이루는 세 가지 요소는 구조, 방향, 그리고 속도다. 우리는 그동안 구조를 만드는 데 총력을 이루었고 어느 정도 선진국의 구조를 갖게 되었다. 문제는 속도였다. 과속으로 달려와서 생기는 문제가 바로 위에 제시한 우리의 부족사회의 면면이다. 속도를 줄이자. 줄이는 것이 아니라 구조에 맞는 속도를 지켜야 할 것이다. 방향은 어떠한가. 좌우문제를 넘어 이제는 제대로 된 방향감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선진국이라 함은 구조, 방향, 그리고 속도가 제대로 잡힌 나라를 말한다. 이제는 구조를 넘어 속도와 방향에 초점을 맞출 때다. 속도는 줄이고 방향은 올바르게 갈 때 우리의 구조는 제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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