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택

강원수필문학회 회원

올여름, 긴 장마와 무더위로 안식에 불편함이 많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동안 문안드리지 못하여 송구하기 그지없습니다.

세종대왕님!

대왕님께서 창제하신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언어문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영어발음을 한글로 쓰는 사람들이 우후죽순처럼 많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한 예를 들면 ‘힐링’이라는 말이 신문, 잡지, 방송에서까지 유행어가 되어 있습니다.

신명나는 음악을 듣는 분위기에 힐링, 경관 좋은 곳을 보아도 힐링, 가는 곳마다 힐링 힐링 입니다. 힐링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백성은 이목구비가 모두 병든 것 같아 머릿속까지 제정신이 아닌 듯합니다. 가방끈이 짧아 이해할 수 없어 영어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힐링(healing)이란 영어의 뜻이 ‘치료의 의술을 말하는 치유법’이라는 뜻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힐링이란 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 스스로가 병자임을 고백하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자신들만 스스로 병자로 인정한다면 상관하지 않겠습니다만 힐링이란 말을 알지 못하는 멀쩡한 사람들까지 바보병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원문을 곁들이지도 않으면서 레밍, 매니페스터, 매니페스토 운동, 스태크플레이션, 유비쿼터스, 카트리지 등 수많은 낯선 말들로 우리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세종대왕님!

이렇게 대왕님께 일러바치는 일이 잘못이라면 저를 벌하여 주시고, 그렇지 않다면 어린백성이 잘 알지 못하는 외국어를 한글로 쓰는 사람들을 혼쭐내 주실 수는 없으신지요?

대왕님, 제가 대왕님께 고자질했다는 이유로 집단폭행을 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엔 다시 대왕님께 일러바치겠사오니 제 편이 되어주시길 간절히 바라옵니다.

대왕님의 은혜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안식을 기원하옵니다.

계사년 입추지절

어리석은 백성 올림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